'상장 재도전' 밀리의서재, VC도 한발 양보했다
구주매출 포기, 보유지분은 전량 락업...HB인베스트·KB인베스트 등 285억 투자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11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국내 최초 독서 플랫폼인 '밀리의서재'가 코스닥 시장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기 위해 지난해 보다 몸값을 낮췄다. 재무적투자자(FI)들도 구주매출을 포기하고 지분 전량에 보호예수를 거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밀리의서재는 지난 21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회사는 내달 7일부터 13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같은달 15일 공모가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밀리의서재는 10개월 만에 상장에 재도전한다. 지난해 10월 증권신고서를 발행하고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결과를 보고 상장을 철회했다.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상장추진 과정에서 회사는 몸값을 지난해보다 약 10% 낮췄다. 시가총액을 공모가격 기준 1613억~1855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에는 1770억~2059억원을 제시했다. 공모밴드 상하단을 약 5% 낮춘 2만~2만3000원으로 설정하고, 신주 발행수를 162만1480주에서 150만주로 줄였다.


회사가 공모로 얻게 될 자금을 줄이며 상장 의지를 불태우자, 재무적투자자(FI)도 한발 양보했다. 지난해와 달리 구주매출을 설정하지 않았다. 당시 벤처캐피탈은 약 37만8520주를 상장 과정에서 매각해 81억원을 회수할 계획을 세웠다. HB인베스트먼트(55억원), 스틱벤처스(15억원), 나이스투자파트너스가(11억원)가 구주매출에 참여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벤처캐피탈 등을 대상으로 총 285억원을 조달했다. 투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신주 발행으로 이뤄졌다. 이중 'HB인베스트먼트'가 가장 많은 금액을 쏟아부었다. 총 58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운용사는 2017년 프리A 단계에 7억5000만원을 투자하고 이후 네 차례에 걸쳐 팔로우온(후속투자)을 단행했다.


시리즈A2 라운드부터는 KB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굵직한 벤처캐피탈도 투자에 동참했다. 이후 밀리의서재가 2021년 KT그룹 계열사인 '지니뮤직'에 464억원에 인수되면서 FI는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당시 지니뮤직은 구주 364억원어치를 인수하고 신주 보통주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집행했다. 지분율 38.6%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벤처캐피탈들은 이번 상장 추진 과정에서 보호예수(락업) 물량도 늘렸다. 보유 중인 지분 전량(33.8%)을 1~3개월 동안 매각하지 않겠다고 자발적으로 확약했다. 지난해에는 보유 지분 28.7% 중 24.7%에만 락업을 걸었다. 구주매출로 지분 5.1%를 매각한 후에도 4%를 유통 가능하도록 구조를 설정해 발 빠르게 엑시트 할 계획이었다.


현재 밀리의서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탈은 ▲HB인베스트먼트(공모 후 10.8%) ▲KB인베스트먼트(6.1%) ▲한국투자파트너스(5.1%) ▲코오롱인베스트먼트(3.1%) ▲스틱벤처스(2.7%) ▲나이스투자파트너스(2.2%) ▲l&S인베스트먼트(2.2%) ▲SJG파트너스(1.7%) 등이다. FI는 락업 기간동안 회사의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엑시트 방안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밀리의서재는 올 상반기 매출 2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20부터 2022년까지는 매년 60%씩 매출증가율을 보인 바 있다. 성장세가 꺾인 이유로는 회사 주요 매출처인 구독경제 증가속도가 더뎌진 점이 꼽힌다. 회사는 신사업 일환으로 지난 5월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를 출시했다. 회사는 이를 활용해 예비 작가를 발굴하고 원천 IP를 확보할 방침이다. KT그룹 산하에 콘텐츠 기획·제작사인 'KT스튜디오지니'가 있어 IP를 활용한 영상물 제작 및 유통도 가능하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몸값을 낮추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만큼 FI도 구주매출 등으로 당장 엑시트를 타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회사의 성장성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나 대신 신사업을 통해 모회사인 KT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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