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종합금융그룹으로 가는 길
20년 대부업 청산한 OK금융그룹…진짜 찾는 '안목과 실력' 갖춰야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7일 08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제공=OK금융)


[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OK금융그룹이 대부업 청산 작업을 완료했다. 이달 금융당국에 산하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의 금전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2002년 대부업 진출 이후 21년만이다.


그룹의 모태였던 대부업 청산은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자 한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대부업은 말 그대로 지난 20여년 동안 OK금융을 지탱해온 기반사업이다. '재일교포 3세'인 최윤 회장은 2002년 대부업체 '원캐싱'을 설립하며 한국시장에 진출했고, 2004년 A&O그룹을 인수한 후 통합브랜드 러시앤캐시를 론칭했다.


최 회장은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한지 4년 만인 2014년 OK저축은행의 전신인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최 회장은 수차례의 도전 끝에 2015년 한국씨티은행의 자회사인 '씨티캐피탈'을 인수, 사명을 'OK캐피탈'로 바꾸며 제도권 내 무대를 넓혀왔다. 그 결과 지난해 OK금융은 출범 20년 만에 공정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겨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대부업은 OK금융의 한계점이기도 했다. 최 회장이 타 업권 진출을 시도할 때마다 매번 발목을 잡았다. OK금융은 2015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등 증권사 인수를 추진했고, 2017년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무산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대부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종합금융그룹을 향한 최 회장의 열망은 기반 사업인 대부업 청산에 불씨가 됐다.


OK금융은 대부업 청산을 계기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OK금융이 대부업을 이유로 금융사 인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대부업 청산은 종합금융그룹 전환을 앞당기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일단 자본 여력은 충분하다. OK금융이 대부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이 20년 동안 누적돼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자본총액은 2조6699억원으로 이중 2조4579억원이 이익잉여금이다. 여기에 OK저축은행과 미즈사랑과 원캐싱도 각각 8376억원, 1976억원, 1548억원의 이익잉여금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인수대상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OK금융이 최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는 증권사의 경우 SK증권, 유안타증권, 한양증권 등이 인수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매각 계획이 들리지 않는다. 매물로 나온다 해도 우리금융지주와 최근 지주화를 선언한 수협은행 등 경쟁자가 많아 높은 비용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의 경우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와 있지만 카드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2~3조원으로 추정되는 몸값에 비해 매력도가 크지 않다.


그렇다고 시장가치가 불분명한 매물을 염가에 사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얼마 전 의료가전 계열사 미건라이프를 처분한 웰컴금융그룹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웰컴금융은 지난해 1월 당시 기업회생절차를 밟던 미건라이프를 21억원에 인수했다. 2021년 OK금융 보다 앞서 대부업을 정리한 웰컴금융 역시 종합금융그룹을 꿈꾸며 사업다각화 전략을 취해 왔다. 미건라이프 매입 당시 웰컴금융은 웰릭스렌탈과 미건라이프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하지만 미건라이프의 부실한 재무상태와 저축은행 업권의 불황 등이 겹치며 인수 1년8개월여만에 매각이라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결국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OK금융의 진짜 '고민'은 이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대부업 청산이 최 회장의 '뚝심'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면, 이제는 매력적인 인수 매물을 찾는 진짜 '안목과 실력'이 필요한 때다. 대부업 진출 이후 20년 넘게 다져온 종합금융그룹의 길. OK금융의 20년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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