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의 11번가 투자, '새드엔딩'
SK스퀘어 '경영권 포기', FI '원금 수준 회수'...피투자사 '실적개선 실패'
이 기사는 2023년 11월 30일 16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번가_CI(제공=11번가)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11번가 투자와 관련된 모든 곳들이 상처만 입은 채 5년 간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회사 최대주주(80.26%)인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FI) 보유 지분(18.18%)에 대해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SK는 자회사 경영을 포기했고, 11번가는 실적 개선에 실패했다. FI는 원금에 이자를 더한 금액만 겨우 건지게 됐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29일) SK스퀘어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가 11번가에 투자한 5000억원을 대신 갚아주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금액에 대한 부담이 있고, 11번가 기업가치가 투자 시점 대비 절반 이상 급락해 당시 밸류에이션으로 지분을 되사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자회사인 11번가를 포기한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적자가 지속돼온 11번가를 품는 것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회수하는 편이 이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을 묶어 11번가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빠른 매각을 위해 밸류에이션을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자금을 수혈 받은 11번가도 5년 동안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며 최근 전직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11번가는 2019년 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이듬해부터 적자 전환했다. 매년 적자 규모는 대폭 늘어났는데, 지난해에는 1514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693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투자를 결정했던 H&Q코리아도 상황이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원금에 최소보장수익을 더한 금액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5년을 기다린 투자성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투자를 결정할 당시 H&Q코리아는 11번가의 성장성에 과감히 베팅했고,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로 고수익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매각 과정에 통상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H&Q코리아의 3호 블라인드펀드 청산 시점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H&Q코리아는 11번가에 투자하며 2013년 5650억원 규모로 결성된 3호 펀드를 투자비히클로 활용했다. 펀드에서 1000억원을 끌고 왔고, 나머지 자금은 국민연금(3500억원)과 MG새마을금고(500억원)에서 충당했다. 이 펀드는 이달 만기가 도래했고, 현재 출자자(LP)들과 청산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 영향으로 향후 FI들이 SK그룹 계열사 투자를 한층 보수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번가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투자금 회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SK그룹 계열사들 중 상당수는 11번가와 비슷한 구조로 투자를 유치해왔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H&Q코리아의 11번가 투자는 결국 이득을 본 곳이 한 곳도 없는 상태로 마무리 됐다"며 "특히 이번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는 향후 SK와 FI의 신뢰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장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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