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나선 11번가, H&Q '5000억' 회수 가능성은
5년 새 기업가치 2조7000억→1조 급락...펀드 전체 수익률 영향은 미미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0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번가_CI(제공=11번가)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이커머스 기업 11번가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주요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의 투자금 회수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번가 기업가치가 투자시점 대비 절반 이상 급락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원금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그간 다른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성공적인 회수를 이어온 덕분에 펀드 전체 수익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최대주주(80.27)인 SK스퀘어는 최근 11번가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복수의 전략적투자자(SI)들과 접촉하고 있다. 동종사업을 영위하는 해외 기업 아마존, 알리바바, 큐텐 등과는 구체적인 제안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각하는 지분의 양이나 기업가치 등과 같은 세부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매각을 위한 별도의 주관사는 선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 매각은 올해 안으로 11번가의 기업공개(IPO)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추진되고 있다. 국내 증권시장 분위기가 IPO에 우호적이지 않고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등 상장을 위한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장을 진행할 수 없는 환경 속에 SK스퀘어에게 남은 선택은 매각 뿐인 상황이다. FI에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H&Q코리아는 지난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며 5년 내 상장 조건을 걸었다. 이 기한은 H&Q코리아가 자금을 투입한 펀드 만기 시점과도 관련이 있다. H&Q코리아는 당시 3호 블라인드펀드(케이에이치큐제삼호)를 활용해 100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 펀드의 만기가 올해까지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투자원금에 7~8%의 이자를 얹어 돌려주기로 한 조건까지 걸었다.


SK스퀘어가 FI의 투자회수(엑시트)를 위해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지만 업계는 현실적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I 투자 이후 11번가의 기업가치가 급락해서다. 2018년 투자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이번 매각에서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몸값은 1조원에 불과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가산된다고 하더라도 투자원금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H&Q코리아는 현재 SK스퀘어 측에 투자회수와 관련한 사항을 일임한 상태다. SK스퀘어는 IPO 및 매각과 관련한 사항을 H&Q코리아와 구체적으로 공유하며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대한 높은 금액에 11번가 지분을 매각해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를 돕겠다는 입장이다.



H&Q코리아의 3호 펀드는 11번가에서 일부 투자손실이 발생해도 고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펀드는 잡코리아, 일동제약, LS전선아시아, HK이노엔, 플레이타임그룹 등 7개 회사에 투자했다. 특히 잡코리아에서는 투자원금 대비 8배 이상의 대박 수익을 거뒀다. LS전선아시아, HK이노엔은 IPO를 성공시키며 성공적으로 엑시트 하기도 했다. 이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3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SK스퀘어는 11번가 IPO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회사 매각을 통해 FI에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H&Q코리아는 3호 펀드에서 워낙 고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11번가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엑시트를 통한 펀드 청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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