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임병용 부회장의 공과
업계 악습‧병폐 해소에 주력했는데 부실공사에 발목 잡혀 '모순'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16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임병용 GS건설 대표(부회장)가 긴급하게 회사 경영에 전면으로 등장한 2013년 6월. 이 때는 회사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한 시기였다. 해외 플랜트사업 손실과 국내 주택사업 부진이 겹치면서 1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또, 회사는 2013년 대규모 적자를 낼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이를 증권신고서에 명시하지 않은 채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 경험이 '1'도 없는 CEO의 발탁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회사가 백척간두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임병용이라는 인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었다. 


여러 우려에도 임 부회장은 GS건설이 당면한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대표로 선임되자마자 '어닝 쇼크'의 원인이었던 중동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해 부실을 수습하고 공사 미수금을 받아왔다. 잦은 출혈 경쟁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갉아먹었던 플랜트 사업과 관련 조직은 단계적으로 축소시켰다. 대신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자이를 앞세워 주택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켰다.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넘게 GS건설 CEO로 부임 중인 임병용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GS건설

덕분에 GS건설은 빠르게 실적을 회복해나갔다. 2014년부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꾸준히 이익 규모를 늘려가더니 2018년에는 설립 이후 최초로 1조6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국내 건설사로는 현대건설에 이은 두 번째 쾌거였다.


검사 출신답게 불공정한 업계 관행을 바로잡는데도 앞장섰다. 공사대금을 수개월이 지난 뒤에 지급하는 관행이 횡횡하던 시기에 납품단가 조정협의 제도를 만들어 하도급업체에게 공사대금을 제대로 주는 원칙을 준수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한 점도 건설사로서는 이례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업계에 던진 파장이 가장 컸던 행동은 '클린 수주'를 선언한 것이었다. GS건설은 2017년 8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공사비만 2조6000억원에 이주비와 중도금대출 등 각종 사업비까지 합하면 규모가 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었다. GS건설은 일찌감치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고 시공사 선정을 고작 3개월 앞두고 현대건설이 갑작스레 참전을 선언하면서 2파전을 형성했다.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던 와중에 임 부회장은 반포주공1단지 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자사 직원들이 OS(아웃소싱)요원을 동원해 영업활동을 하는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2017년 9월 "앞으로 GS건설은 수주전에서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식사나 선물 제공, 과도한 방문이나 전화, 사회적 상식에 어긋나는 홍보행위 등을 모두 금지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이 실컷 홍보활동을 하더니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고 한다", "수십년간 굳어온 업계 관행을 이제 와서 들쑤시는 이유가 뭐냐"는 등의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재건축사업의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건설사들의 자발적 준법경쟁 선언이 이어졌다. GS건설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는 OS요원의 홍보활동을 금지시킬 정도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GS건설의 대표를 역임한지 정확히 10년이 넘은 현재까지 임 부회장은 건설업계에서 그다지 좋은 소리를 들어오지 못했다. "건설업계의 속성을 모르고 돈키호테처럼 설치는 인물", "결국 이 업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갈 인물" 등 그를 질시하고 폄하하는 평이 수년째 지속돼 왔다. 이런 악평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GS건설을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그의 공(功)은 크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임 부회장의 입지는 한껏 좁아진 상태다. 인천 검단아파트를 비롯해 연이은 안전사고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임 부회장이 그동안 "클린경쟁을 선언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정도와 안전경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대목과도 대조적이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GS건설 CEO를 역임하면서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병폐와 악습을 단절하는데 주력해온 그가 정작 '철근 빼먹기'와 부실공사로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함을 넘어 씁쓸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임 부회장의 과(過)가 부각되는 현재, 그가 10년 전처럼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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