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發 PF 리스크…건설사 옥석가리기 본격화
건설사 자금조달 차질 불가피…중소건설사 전단기 사채 발행 악영향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3일 08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뉴스1 제공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태영건설이 채권은행에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신청하면서 그간 부실이 우려됐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태영건설 위기가 건설업계 전반의 PF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건설·금융업종과 채권시장에 미칠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재무안정성이 높은 대형건설사들보다는 중소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건설사 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부동산PF 재구조화 시작…부실사업장 정리작업 본격화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건설업계의 차환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개별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을 보면 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허가 이후 미착공 상태에 머물러 있는 브릿지론 규모는 12조7000억원 수준이며, 착공 중인 본PF 사업들은 원가부담과 낮은 분양률에 따라 자금 압박 지속 중이다. 이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가 주택 중심의 건설사들은 유동성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장안정 프로그램인 채안펀드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태영건설의 PF사업장 분류 방침. (제공=금융위원회)


다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지난 1년간 이어져온 부동산 경기둔화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위기가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발표한 날 태영건설의 자체 크레딧으로 발행한 제68회차 공모채 수익률이 장중 99%대로 급등했지만, 전체 시장의 PF유동화증권(PF대출채권 ABSTB) 금리는 큰 변동이 없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를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에 국한된 제한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특히 태영건설의 공모채가 시장에서 주목받은 배경은 오는 11일 채권단 협의에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지 않고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이 정상화된다면 채권이 현재 떨어진 가치만큼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논리에 맡긴 PF 재구조화는 이미 시작됐고, 부실 사업장은 싼값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갈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 대응으로 워크아웃이 질서있게 진행된다면 지금 겪는 잠깐의 고통이 시장 회복을 빠르게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건설사 유동성 위기 제한적…중소형사 자금조달 차질 우려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해 불거진 PF위기론이 각 건설사들의 체급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명 1군 건설사로 불리는 대형사들은 큰 위기 없이 이번 사태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중소형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주요건설사 23년 3분기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비율 (자료=한국신용평가)

대형건설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PF보증액 비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태영건설의 경우 373.6%로 주요 건설사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이어 롯데건설이 212.7%로 도급순위 10위권 내 중에서는 가장 높게 나왔다.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해 PF보증 규모를 2022년말 6조8000억원 대비 1조원 줄인 5조8000억원(정비사업 9000억원 포함)까지 낮췄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롯데건설은 꾸준히 유동성 확보를 시도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2조1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단기 유동성 대응능력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현대건설은 자기자본 대비 PF보증액 비율이 121.9%로 자기자본의 100%를 넘어선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풍부한 현금성자산 보유력과 사업성이 높은 사업장을 다수 보유해 PF보증의 규모에 비해 리스크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부실시공 사태로 곤욕을 치룬 HDC현대산업개발은 77.9%, GS건설은 60.7%로 두 회사 모두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규모를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도 이 비율이 50% 수준으로 PF보증은 자기자본대비 크지 않다.


다만 대형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은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PF우발채무 외에도 실질적인 차입금이 많다는 의미다. 도급순위 10위권 내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회사는 삼성물산(69.1%)과 DL이앤씨(91%) 두 회사뿐이었다. 특히 GS건설 250.3%, 롯데건설 233.5%, SK에코플랜트 209.8%로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도급순위 10위권 밖에 있는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은 태영건설이 478%로 가장 높고, 신세계건설이 467%로 뒤를 이었다. 코오롱글로벌도 313%로 부채비율 300%를 넘겼다.


이번 태영건설 사태로 중소형 건설사들의 단기사채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올해 1월 기준 PF 전자단기사채 규모는 32조원 수준으로 대부분 만기가 1~2개월 이내로 몰려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아직 착공을 하지 않은 PF건이다. 그간 정부의 'PF 대주단 협의체' 등으로 이자 유예, 만기 연장 등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신용도를 하락시켜 중소건설사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정책을 통해 건설사들이 현금성자산을 확보했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 의지를 감안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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