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제작펀딩, 영화 웃고 드라마 운다
영화, 제작사·VC 자금 확보해 크랭크인...드라마는 OTT와의 협상 난항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8일 11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표지. 사진=창비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영국 부커상 수상 후보에 오른 국내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유치를 두고 두 영상물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영화는 일찌감치 투자자를 확보해 최근 크랭크인에 들어간 반면, 드라마는 방영 플랫폼을 아직 확정하지 못해 펀딩에 난항을 겪고 있다. 


28일 문화콘텐츠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은 현재 영화 및 드라마로 제작을 진행 중이다. 이 소설은 지난 2016년 데뷔한 박상영 작가가 집필한 작품으로 2019년 6월 국내 출판사 '창비'를 통해 출간됐다. 국내에서만 10만부 가량 판매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일컬어지는 '영국 부커상'(The Booker Prize)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성소수자의 연애와 우정을 소재로 다룬다. 소설집에는 남성 화자 '고영'을 주인공으로 하는 중단편 '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등 네 편이 수록돼 있다. 주인공의 동성 연애담 등을 다룬 내용이다. 이중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은 국내 출판사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2019년 제10회 젊은작가상' 대상도 수상해 출판계의 이목을 끌었다.


문화콘텐츠 투자자들은 소설의 작품성과 화제성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영상물 제작에 관한 지적재산권(IP) 등을 확보한 후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영화는 중앙그룹 계열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고 있다. 배급도 맡는다. 드라마는 영화 '승리호'를 제작한 '메리크리스마스'와 '빅스톤스튜디오'가 공동 제작 중이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코스닥 상장사인 '위지윅스튜디오'의 손자회사다.


영화 제작은 순항 중이다. 플러스엠은 국내 영상투자 전문 창업투자회사(창투사)를 투자자로 확보하고 지난달 초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미시간벤처캐피탈'이 주축 투자자로 참여해 순제작비 약 60억원 중 20억원을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수록작 중 하나인 중단편 '재희'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성소수자라는 비밀을 아는 여성 '재희'와의 우정을 소재로 한다. 김고은·노상현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드라마 '미씽: 사라진 여자' 등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연내 촬영을 마치고 내년 중으로 개봉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드라마 제작은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내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방영을 목표로 하고 다수 기업과 협상에 들어갔지만, OTT들이 '성소수자'라는 소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국내 드라마는 작품을 방영하는 곳에서 제작비도 주축으로 집행한다.


제작사는 네 편 소설을 전부 활용해 드라마를 8부작으로 각색할 계획을 세웠다. 극본 집필에 원작자인 박 작가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희' 외 작품이 남성간 연애나 혹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어, 여론이나 대외적 이미지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OTT 입장에서도 투자를 선뜻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문화콘텐츠 투자자들의 중론이다.


드라마 제작이 지연될 경우 프로젝트의 주요 테마인 '4인 4색'이 변경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제작사는 '대도시의 사랑법'의 연출을 네 명에게 공동으로 맡겼다. '봄날은 간다' 등을 제작한 허진호 감독을 필두로 홍지영·손태겸·김세인 감독이 공동으로 메가폰을 잡아 각 에피소드를 책임질 예정이다. 각 감독의 연령은 10년 가량 차이난다. 제작사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세대의 감독을 섭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콘텐츠투자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투자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OTT 대부분이 대기업 계열사로 있는 만큼 대외 이미지 등을 고려했을 때 성소수자라는 소재를 활용한 드라마의 방영을 선뜻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 내년 방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최악의 경우 4인 4색 프로젝트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위지윅스튜디오 관계자는 "'대도시의 사랑법' 제작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메리크리스마스 측으로부터 아직 전해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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