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카풀’ 뿔난 택시, ‘티맵택시’ 갈아타기 본격화
가입 택시기사 10만명 돌파, 5개월 새 7만명 증가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카풀서비스 시행을 놓고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업계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택시 호출서비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일선 택시기사들을 중심으로 탑승객들에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 대신 SK텔레콤의 ‘티맵택시’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업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티맵택시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당장은 아니더라도 1위 사업자가 바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27일 택시 업계와 SK텔레콤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를 대신해 SK텔레콤의 티맵택시를 사용하는 택시기사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올 6월까지만 해도 티맵택시에 가입한 택시기사가 3만명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6만명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도 가파른 증가추이를 보이며 24일 기준 10만2000명이 티맵택시에 가입했다.


5개월 새 가입자가 7만명 넘게 불어난 이유는 택시 업계의 반대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전자 모집 등 카풀서비스를 강행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된 ‘제1차 택시 생존권 사수결의대회’ 당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서비스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카카오택시에 대한 ‘보이콧’을 하겠다는 의사를 택시 업계가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택시기사들의 가입을 늘리는데 한몫 거들었다. 티맵택시에 가입한 택시기사들에게 핸들에 부착할 수 있는 버튼형 ‘콜잡이’를 무상지급하고 있는 데다, 콜을 받아 운행할 경우 일정수수료도 지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 위치, 측위 기능을 고도화해 승객의 위치에 도착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배차하는 방식, 택시의 위치와 정보를 가족 등에게 보낼 수 있는 ‘안심 귀가 라이브’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유의미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횡포에도 카카오택시가 국내 콜택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지위자인 데다 딱히 대안으로 삼을 만한 서비스도 없다 보니 불만이 쌓여도 지금껏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앞서부터 일선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대항마가 나오면 갈아타겠다는 수요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티맵택시에 대한 홍보가 아직은 미흡하다 보니 카카오택시 대비 콜 숫자가 적긴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와) 불편한 동거 끝내려는 택시기사들이 상당수”라며 “택시기사들이 티맵택시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SK텔레콤 역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콜택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사실 티맵택시는 2015년 5월 출시된 서비스다. 카카오택시에 비해 출시시점이 1개월여 늦었지만 서비스 측면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콜택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승부는 카카오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존재와 초반 마케팅 집중을 통한 시장 선점효과를 SK텔레콤이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와 갈등을 빚은 택시기사들의 자발적인 이동으로 티맵택시의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아울러 경쟁이 장기화될수록 카카오모빌리티 대비 자금 여력이 풍부한 SK텔레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밝힌 티맵택시의 배차성공률을 보면 6월말 17% 수준에서 이달 24일 61% 수준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택시기사들의 가입이 늘어난 것도 배경이겠지만 그보다 이들(택시기사)이 티맵택시 콜을 우선적으로 받은 결과로 보여진다”며 “카카오택시에 가입돼 있는 택시기사(22만명 추정)가 현재는 티맵택시보다 2배가량 많지만 수개월 내 따라잡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머닝러신 기술을 활용한 배차 고도화를 누가 선도하느냐에 따라 1위 사업자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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