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에이치티, 잇단 금호전기 부동산 매입 '논란'
사측, "필요에 의한 적법한 거래"… 소액주주, "유동성 해결 위한 자회사 동원"지적


‘번개표’로 유명한 조명 생산기업 금호전기가 자회사 금호에이치티(금호HT)에 잇따라 부동산을 매각해 논란에 휩싸였다.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호전기가 금호에이치티의 기업가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수년전부터 매각에 애를 먹던 불용자산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이 같은 문제제기에 나서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상당한 홍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금호전기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봉사로 309 외 2필지의 토지와 건물(용인공장)을 금호에이치티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총 235억원이며 토지(3만6020㎡)와 건물(1만7029㎡)이 각각 166억7200만원, 68억28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번 부동산 거래에 대해 금호전기는 재무구조 개선, 금호에이치티는 조립라인 및 물류창고 외 사업다각화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 금호전기는 비상장계열사인 금호에이엠티의 워크아웃으로 인한 대규모 지급보증에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고, 금호에이치티는 차량용 LED 모듈 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래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금호전기 관계자는 “금호전기의 제조사이트가 해외에 있다 보니 사실상 국내 공장을 다 운영할 필요가 없어 정리하게 된 것”이라며 “대상을 가려 매매를 진행하지 않았고, 금호에이치티가 공장이 필요하다 보니 구매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에이치티 관계자도 “LG전자와 거래가 생겨 경기도 쪽에 공장을 알아봤고, 금호전기의 용인공장이 안성맞춤이라고 판단돼 매입하게 됐다”며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황이 어렵지만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이 같은 입장에도 금호에이치티 소액주주들은 금호전기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회사에 불용자산을 떠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변시세 대비 매매가격이 높을 뿐만 아니라 2년여 전에도 금호에이치티가 금호전기의 광주공장을 매입한 바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용인공장 매입이 필요에 의한 구매였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실제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소재 부동산업체에 토지 가격의 문의한 결과 용인공장 인근은 3.3㎡당 1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에 나와 있는 이 지역 소규모공장지대의 표준지공시지가 역시 3.3㎡당 107만원이다. 이를 기준삼아 용인공장의 토지가격을 계산하면 많아야 128억원에 불과하다. 통상 부동산 거래 시 건물 가격을 크게 쳐주지 않은 것으로 감안하면 금호전기금호에이치티에 매각하면서 70억원이 넘는 추가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에이치티 한 소액주주는 “최근 3년 동안 금호전기가 자산양수도만으로 금호에이치티에서 530억원(광주공장 295억원, 용인공장 235억원)을 마련했다”며 “금호전기의 유동성 문제해결에 동원되고 있다 보니 금호에이치티의 주가도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회사가 모회사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호의적 거래로 법률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호에이치티 소액주주 대부분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금호전기 지배구조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있다”며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금호에이치티 지분을 주당 1만2000원에 매입하겠다는 곳들이 꽤나 되는 만큼 금호전기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호에이치티 지분을 처분해 해소하는 게 정도(正度)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호전기금호에이치티는 감정평가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매매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금호에이치티 관계자는 “감정평가사의 충분한 검토를 거쳐 매매가가 결정됐고, 이사회의 승인절차를 밟은 만큼 주변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는 소액주주들의 이야기에 마땅히 할 이야기가 없다”고 밝혔다.


금호전기 관계자 역시 “용인공장은 금호에이치티에 매각되기 전부터 잘 운용되던 곳이었던 만큼 불용자산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며 “용인공장이 위치한 지역은 동탄2신도시 연장선에 위치한 곳인 데다 현재도 개발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가치가 뛰어난 곳인 만큼 주변시세보다 비싸다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은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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