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눈떠보니 최대주주
KT 최대주주 된 현대차···해피엔딩일까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 연구원들이 '커넥티드 카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자동차에서 테스트하는 모습.(제공=현대차)


[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최근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눈 떠보니' 재벌집 막내아들이 되는 등 이른바 '눈 떠보니' 클리셰가 유행했다.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 중 하나지만 이겨내는 과정이 험난해 관객이나 독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하거나 살아남는 진부하고 정형화된 전개다.


현실에서도 '눈 떠보니'가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국민연금의 지분 매각으로 KT의 1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KT는 최근 1대 주주가 국민연금(7.51%)에서 현대차그룹(7.89%)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현재 현대차가 4.75%, 현대모비스가 3.14%의 KT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KT 주식 1.02%를 처분해 2대 주주가 됐다. 3대 주주는 5.64%를 보유한 신한은행이다.


현대차그룹은 KT와 자사주를 맞교환을 통해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을 하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KT의 1대 주주가 된 셈이다.


의도치 않게 1대 주주가 된데다가 기간통신사업자인 KT의 최대주주가 되면 각종 규제가 있어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현대차그룹은 최대주주 자리를 굳이 피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실제 KT는 지난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 최대 주주 변경 공익성 심사를 신청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 즉 KT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공익성 심사와 과기정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공익성 심사는 신청 후 3개월 이내로 안내된다.


이 과정이 마무리돼야 현대차그룹은 KT의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공익성 심사 결과 공공의 이익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과기정통부는 현대차그룹에 KT 주식 매각 명령 등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KT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 양사간의 시너지는 극대화 될 전망이다. 이미 '커넥티비티' 분야에서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데 힘을 합쳐왔다. 커넥티비티는 자동차에서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경험하는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뜻한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원격 시동 등 다양한 기능이 커넥티비티에 포함된다. 커넥티비티는 안정적인 통신망이 뒷받침돼야 원활한 기술 운용이 가능한 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이동통신 회사들과 함께 기술 협력에 나서고 있다.


양사는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미래 자율주행 기술 확보 협력도 강화해왔다.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6G 통신규격을 공동 개발해 차세대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KT의 최대주주가 된다고 해피엔딩으로만 마무리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먼저 성장성 정체 문제다. 주력인 무선사업의 성장이 둔화되는 등 통신산업은 성장세가 정체된지 오래다. 최근에는 주력 상품인 '5G' 가입자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관련 실적 악화 우려도 나온다. KT는 신사업 확대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급 과징금 부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T 등을 포함해 통신사들이 출혈 경쟁을 피하려고 10년 전부터 담합해왔다는 의혹을 조사해왔다. 이들은 최근 조사를 마치고 검찰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통신 3사 등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조만간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인데 많게는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KT의 최대주주로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열기는 커녕 눈 앞에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만 볼 수도 있다.  


'눈 떠보니' 클리셰가 뻔한 전개에도 흥행하는 데에는 '그렇게 됐으면' 하는 기대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현대차그룹과 KT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모쪼록 KT의 최대주주가 된 현대차그룹이 주인공인 현실판 드라마에서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해피엔딩 결말로 마무리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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