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순 통 큰 결단…홈플러스, 고정비 해소 방안은
무기계약직 1만2000명 정규직 전환, 유통판로 다변화로 인건비 부담 상쇄할 계획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홈플러스 노사가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무기계약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하면서 른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상쇄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측은 유통판로 다변화로 비용증가분을 감당할 수 있단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거의 없었던 만큼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31일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와 ‘2019년 임금협상’ 잠정안에 합의했다. 잠정안이 최종 확정되면 1만2000명에 달하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현재 노사는 상호 합의한 임금협상 잠정안의 세부조항을 논의 중이며, 세부조항이 확정되면 노조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쳐 임금협상 갱신에 최종 합의할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홈플러스가 정규직 전환을 위해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기존 홈플러스 법인 소속에 이들을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홈플러스의 고정비 부담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아울러 홈플러스 임일순 대표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통 큰 결정을 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상 사모펀드는 수익성 제고에 방점을 찍고 경영전략을 짜는데 이번 결정은 정반대의 결과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 회계연도(2015년 3월~2016년 2월) 이후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라 이번 정규직 전환에 따른 부담을 어떻게 상쇄할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실제 2017 회계연도(2017년 3월~2018년 2월) 총 직원이 1만9724명으로 2013년 회계연도(2013년 3월~2014년 2월) 대비 1170명이나 줄었지만 인건비(급여, 상여금, 복리후생비, 잡급, 교육훈련비, 퇴직급여)는 6441억원으로 같은 기간 382억원 늘어났다.


판매관리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마찬가지다. 2015 회계연도 홈플러스의 주인이 영국 테스코에서 MBK파트너스로 바뀌면서 사기진작 차원에서 1000억원 이상을 격려금으로 지급해 비중이 한차례 널뛰기하지만 일회성 요인을 제거하면 상승추세기 때문이다. 회계연도 기준 홈플러스의 판매관리비 내 인건비 비중은 2013년 27.4%, 2014년 27.5%, 2015년 29.7%, 2016년 30.2%, 2017년 31.8%로 4년 새 4.4%포인트나 높아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며 “최저임금 수준이던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회사의 고정비 부담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의 안정적인 근무환경과 균형 있는 삶을 돕고,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전 직원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게 됐다”며 “늘어날 고정비 상쇄방안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긴 하지만 다양한 유통판로를 확보해 나가고 있는 만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 만큼 이번 정규직 전환 결정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비정규직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는 반면, 정규직의 처우는 상대적으로 열악해서다. 일례로 작년 정규직 선임(1~5호봉)의 연봉이 작년 10% 인상됐더라도 최저임금 인상률(16.8%)을 적용받는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적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급여와 명절상여, 복리후생비 등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하다”며 “차이라면 승진의 기회 여부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선 이번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임금 등에 변화가 없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1만명 이상이 되면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크다”며 “노사가 화합을 통해 판로를 찾자는 의미에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게 된 것이니 만큼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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