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 구주매출 부담 뚫을까
흥행 요소 갖췄지만 시장 부담 클 듯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10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HD현대마린솔루션의 선박 엔진 최적화 기술이 적용된 neptune phos호.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HD현대마린솔루션이 지난 몇 년간의 고속성장을 바탕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데뷔에 나선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기업공개(IPO) 흥행을 점치고 있다. 다만 2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의 엑시트를 위한 구주매출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3월 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매출은 2017년 2400억원에서 2023년 1조4000억까지 성장하며 연평균 성장률(CAGR) 35%를 기록하는 등 고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더해 영업이익률도 2017년 대비 4배 증가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보여 시장의 뜨거운 반응이 예상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주요 사업인 선박 개조 시장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환경 규제로 인해 개화하고 있다.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비롯해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배출규제(ETS)등 규제사항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선박에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것을 넘어 엔진 자체에 대한 개조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HD현대마린솔루션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밖에도 최근 선박 개조 프로젝트 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인데다, 전 세계 최고 조선그룹인 HD그룹의 일원으로, 그룹사에서 과거 인도한 선박들을 대상으로 그룹이 축적한 기술과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HD현대마린솔루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같은 조선업을 영위하는 현대힘스가 IPO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해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IB업계에서는 HD현대(62%)에 이은 2대 주주(38%)인 사모펀드 KKR의 엑시트 규모에 IPO 흥행 여부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KKR이 이번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 초기 단계부터 증권사들에게 영문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별도로 요구하는 등 강력한 엑시트 의지를 보여서다.


최근 상장기업 구주매출 현황. (출처=증권신고서)

특히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예비심사에서 제출한 서류에서 총 공모주식 890만주 중 50%인 445만주를 KKR의 구주매출로 설정했다고 알려져 시장에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상장한 LS머트리얼즈, DS단석, 현대힘스, 에이피알 등의 구주매출은 각각 351억원, 420억원, 254억원, 175억원으로 5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반면, HD현대마린솔루션이 시장에서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3조~4조원의 몸값을 감안하면 KKR의 구주매출 규모가 347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PO 공모 과정에서 조 단위 몸값을 내세웠던 기업의 구주매출에 대한 가혹한 평가가 이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우려가 더욱 커진다. 


지난 2023년 구주매출 100%를 추진한 서울보증보험(3조6000억원)을 비롯해 2022년 각각 46%, 50%의 구주매출을 설정했던 SK쉴더스(3조5000억원)와 원스토어(1조1000억원)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며 상장을 철회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대규모의 구주매출을 소화하는 데 부담을 느낀 탓이다.


KKR 국내 투자기업 목록. (출처=KKR 홈페이지)

게다가 KKR의 최근 포트폴리오 성적이 좋지 못해 높은 구주매출 비중을 설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KKR이 웰링턴 매니지먼트 등과 2400억원을 투자한 무신사의 몸값이 지난해 약 3조5000억원에서 올해 초 장외가 기준 1조9000억원으로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사태로 인해 에코비트의 공동매각을 요청하며 아직 엑시트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투자금 회수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올해 1월 '광풍'이라고 불리며 따따블(300% 상승)을 기록하던 IPO 시장의 열기가 2~3월 들어 식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상장한 코셈(59%)을 비롯한 이에이트(30%), 오상헬스케어(46%) 등의 상장 당일 종가 기준 주가 상승률은 1월 상장한 우진엔텍(300%), 현대힘스(300%)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대어급 투심의 가늠자로 꼽혔던 에이피알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27%에 그친 점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소형 IPO들의 연이은 흥행으로 IPO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졌지만, 사실 대형 IPO들의 경우엔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며 "올해 역시 조 단위 대형 IPO 공모에 대한 판단은 회사의 매력도·구주매출·오버행 등 다양한 기준들이 작용할 것으로 보여, HD현대마린솔루션의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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