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배터리부터 속도조절 나선다
유럽·中 공장 증설 시점 조정…美 JV는 강행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15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 헝가리 3공장 건설 현장 (제공=SK온)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이노베이션이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요 침체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와 글로벌 신용 등급 강등에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자 배터리 등 '그린 포트폴리오' 위주로 긴축에 돌입한다. 특히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은 그간 유지해 온 공격적 증설 전략을 접고 '탄력적 증설'을 결정하며 사실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진원 부사장은 29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계속되는 고금리 추세와 친환경 사업들의 성장성 둔화 등에 대응해 포트폴리오 전반을 재점검 중인 것은 맞으나, 단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다"며 "사업, 투자에 대한 선택과 집중, 속도 조절을 하겠지만 친환경 전환이 피할 수 없는 과제인 점에는 변함 없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또한 "SK온 경우 비우호적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및 중국 공장 증설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 중"이라며 "글로벌 운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 구조의 선제적 개선을 추진 중인 등 수익성 개선 면에서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신용등급 관리에도 나설 방침이다. 미국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에서 'BB+(안정적)'로 조정되며, 해외 재원 창구를 활용하기 힘들어진 까닭이다. S&P 경우 지난해 SK온의 자본 확충을 위해 시행된 전환 우선주 방식의 상장 전 투자 유치(Pre-IPO)를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다른 신용평가사 대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로 재무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장은 외화사채 발행 계획이 없기 때문에 S&P 신용 등급 하락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재무건전성에 대한 신용평가사 등 외부의 평가는 매우 중요하므로 신용등급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이 같이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은 재무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 회사의 부채는 1분기 말 기준 55조원 이상으로 전년 말 대비 4조2000억원 이상 늘어났는데, 이중 70.8%(약 3조원)가 순차입금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SK온을 넘어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도 부담이 높은 미국 배터리 합작 사업들을 강행해야 한다. 포드 합작 공장(블루오벌SK) 건립 경우 미국 에너지부의 정책 자금(ATVM론) 조달로 충당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현대자동차와의 북미 합작 프로젝트는 재원 조달 방안을 모색 중인 단계다.


김경훈 SK온 CFO는 "포드 합작 공장 경우 ATVM론 조건부 승인을 획득했고, 최종 파이낸싱 계약서 협상 중이므로 프로젝트 부담의 대부분을 ATVM론으로 커버 가능하지만, 현대차 합작 사업은 다양한 외부 파이낸싱 옵션을 검토 중이며 관련 정책 금융 등 최적화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 공제(AMPC)의 유동화도 검토 중이고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다수 파이낸싱 옵션을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해외 원유 개발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 중이다. 석유 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이 지난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승인 받은 베트남 15-1/05 광구(약 8600만배럴 규모, 2026년 생산 개시) 구조 개발 사업이 본격화됐으며, 16-2 광구 개발 절차도 밟고 있다. 추가로 올해 베트남 15-1/05, 15-2/17 광구 등 2공의 탐사 시추를 계획 중이다. 이에 대한 자금은 페루LNG컴퍼니 지분 매각금(약 3400억원)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제공=딜사이트)

SK이노베이션은 투자 부담이 상존하는 것과 별개로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올해 2분기부터 SK온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SK온 경우 지난해부터 수율이 점진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전 공장의 수율이 90% 초중반까지 올라왔다는 전언이다.


김경훈 SK온 CFO는 "AMPC와 관련해 1분기에는 고객사의 재고소진을 위한 구매량 조정으로 미국 판매가 저조했다"며 "1분기 AMPC 금액은 385억원에 그쳤지만 2분기부터는 미국 판매 물량이 늘며 AMPC 수혜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배터리 재고 감소와 주요 금속의 가격하락세가 최근 완성차 가격 안정화와 맞물리며 최종 수요와 배터리 재입고를 촉진할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고객사 신차 출시가 다수 계획된 점도 배터리 수요를 끌어 올릴 요소"라고 짚었다. 


하반기 이후 출시될 SK온 배터리 장착 신차는 현대차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와 포드 'E-트랜짓 커스텀', 아우디 'Q6 e-트론' 등이 꼽힌다. 향후 1~2년 내에는 폴스타의 '폴스타5', 포드 '익스플로러', 현대차 아이오닉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아이오닉6' 북미 생산 모델 등이 출시되며 SK온의 매출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외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자회사에서 열 관리로 영역을 확장 중인 SK엔무브의 사업 현황도 공개했다. 


허정욱 SK엔무브 기획개발실장은 "액침 냉각 시스템 표준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자사 개바라 플루이드의 냉각 성능 인증, 데이터 센터 외 수요처 확대 등을 위한 방안을 관계사, 외부 파트너들과 협력 중이며 사업화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액침 냉각 사업은 수요처별로 시장 개화 시기가 상이하겠으나, 기본적으로 SK그룹 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데이터 센터(SK텔레콤) 액침 냉각에 집중하면서 시장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전기차 배터리 중심의 전기 모빌리티 분야 액침 냉각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까지 부상한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유 공급 불안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일축했다. 손성철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당사가 도입 중인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거치는데, 과거 수차례 반복된 유사 사례들을 보아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봉쇄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며 "이번에도 실제로 봉쇄될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안정적 원유 수급을 위해 우회 루트를 확보한 상황이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 하더라도 원유를 신속하게 확보 가능한 비상 전략을 수립해 놨고, 대체 원유 확보에 걸리는 기간 동안의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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