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스탠드업
SK하이닉스, 돌아온 탕아 '솔리다임' 부활 신호탄
QLC 구현 유리한 플로팅 게이트 기술 보유한 유일한 업체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10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 솔리다임 로고 (SK하이닉스 제공)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SK하이닉스의 '아픈손가락'이자 'SK의 실수', '이석희의 실패작' 등으로 불리던 자회사 솔리다임이 '효자'로 거듭나면서 '돌아온 탕아'로 재평가 받고 있다. 2020년 10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에서 SK하이닉스 품에 안긴지 3년 반 만에 본격적으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여전히 솔리다임 인수에 들어간 돈은 1차 인수대금 70억달러(약9조4000억원)에 달하고, SK하이닉스가 운영자금으로만 8조8000억원을 대여한 만큼 아직 실적 기여도를 높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연간 기준 흑자전환이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도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서버 업체들이 쿼드레벨셀(QLC) 기술 기반 낸드플래시 수요를 늘리고 있다. 올해 QLC 기반 eSSD(엔터프라이즈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출하량은 비트(용량)수 기준 30EB(엑사바이트)로 전년보다 4배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AI 시장에서 학습용 서버에 집중됐던 수요가 최근 추론용 일반 서버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온프레미스향 QLC SSD 수요도 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이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했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기업 내부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AI 학습·추론을 위해서는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재 QLC 기반의 60테라바이트(TB) 이상 초고용량 SSD를 보유한 회사는 솔리다임뿐이다. 솔리다임은 최근 데이터센터 고객사에서 60TB 기업용 SSD의 퀄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량 제품이 인기가 있는 것은 빠른 속도와 전력 절감 외에도 데이터센터 공간 제약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솔리다임은 QLC 구현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기반 기술력을 보유한 유일한 업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다수 제조사가 채택한 '차지 트랩 플래시(CTF)'에 비해 오래된 기술로 평가된다. 하지만 솔리다임이 인텔 산하에 있던 시절부터 강조해 온 FG 기술의 강점은 CTF보다 데이터 보존성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솔리다임은 FG의 강점을 활용해 QLC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워 왔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PLC(5b)까지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갖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용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도 QLC를 하고 있고 강자인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는 솔리다임이 QLC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마이크론도 QLC를 하고 있지만 아직 기업용 SSD 시장은 진출하기 전이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QLC란 낸드의 기본 저장 단위인 셀(cell) 하나에 4비트(bit)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싱글레벨셀(SLC)은 셀 하나에 1비트를 담을 수 있다. 2비트를 담는 멀티레벨셀(MLC) 방식은 2000년대 들어 보편적으로 쓰였다. 2014년 이후로는 3비트를 담는 트리플레벨셀(TLC)이 주류로 떠올랐다.


최근 QLC 낸드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스토리지 용량을 비용 대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QLC 기반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비해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용량 또한 서버당 64TB까지 확장할 수 있으며, 전력 소모량이 적다.


앞선 관계자는 "SSD가 D램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만큼 복잡하지 않아 퀄 테스트 통과가 어렵지 않다"며 "솔리다임의 기술력이 그동안 대규모 적자와 인수가격으로 인해 크게 부각되지 못한 점이 있는데 이번에 QLC가 부각되면서 다시금 재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기업용 eSSD 판매 확대에 힘입어 그간 수조 원 적자를 기록해온 자회사 솔리다임의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AI향 고용량 eSSD 수요 전망치를 한 달 만에 10.4%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전망치 역시 23.1% 올려 잡았다.


솔리다임은 중국 대련 팹의 144단과 192단 제품 양산을 이어나가면서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 수요 업사이드에 대응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국내 공장에서 238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어 솔리다임이 현행 FG 기반인 공정 기술을 향후 CTF로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설비투자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오히려 QLC가 주목받으면서 굳이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고용량 eSSD의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을 솔리다임이 흡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솔리다임이 급격한 낸드 시황 악화와 미중 갈등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AI 시장 성장으로 극적으로 회복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제대로 된 인수 효과를 누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해 솔리다임은 4조3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부채가 13조7140억원에 달한다. 내년 3월에는 잔금 20억달러(2조7000억원)도 지불해야 한다. 올해 솔리다임이 2분기 흑자전환, 연간 기준 흑자를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투자금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수년의 시간이 지나야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한편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주도했던 이 회사 출신 이석희 전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당시 SK하이닉스 대표이사)과 SK텔레콤 출신 노종원 솔리다임 각자 대표이사(당시 SK하이닉스 부사장)에 대한 평가도 새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사장은 현재 SK온의 대표이사에 선임돼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QLC 기반 eSSD는 AI 서버에서 가격과 성능을 고려했을 때 HDD를 대체하기 가장 적합한 제품"이라며 "그간 계륵으로 평가받아온 솔리다임의 활용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최태원 SK회장이 그동안 이석희 사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던 만큼 이번 솔리다임의 실적 개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 시너지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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