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K 인사
'최태원의 선택' 최창원, SK그룹 위기 탈출 중책
①'최태원-최재원-최창원' 삼각편대, SK그룹 책임경영 강화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7일 15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SK디스커버리)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이번 SK그룹 인사의 핵심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다. 최태원 SK회장은 4명의 그룹 주요 부회장을 2선으로 퇴진시키고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신규 선임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7년 동안 그룹을 이끌어온 4명의 부회장을 한 번에 퇴진시키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회장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SK그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가장 믿을 만한 최측근이자 오너일가인 최창원 부회장을 앉히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최태원 회장과 2차전지 사업을 맡고 있는 친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삼각편대로 본격 힘을 모아 위기의 SK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7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최창원 부회장은 지난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케미칼과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최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SK그룹은 과거 고 최종건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 그룹을 이끌어오다가 장남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최종건 창업주의 아들인 최신원 전 회장은 SK네트웍스를,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를 분할해 경영해 왔다.


최 부회장의 선임은 그룹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60대 부회장단을 대거 교체해 그룹 경영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최 회장의 복안이다. 기존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대표되는 장기 체제에 변화를 안겨 긴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이번 인사가 투자 실패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최 회장은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최고경영진 회의 'SK CEO 세미나'에서 이례적으로 SK온, SK하이닉스, SK㈜, SK에코플랜트 등 주요 계열사들의 투자 사례를 직접 지목하면서 강한 질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말 11조 원가량을 투자해 인수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현 솔리다임)는 지난해에만 3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동안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을 이끈 박정호 부회장이었지만 솔리다임 인수 실패로 인해 이번 인사에서 2선으로 물러났다는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하이닉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자 고위급 임원들이 너도나도 인수 매물을 찾아다녔다"면서 "과도한 인수합병(M&A)에 대한 임원들의 욕심이 그룹의 위기를 불러일으켰고, 이번 인사에서 그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州) 미들버그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특파원단 제공) 2023.12.5/뉴스1

특히 그룹 내부적으로 최창원 부회장의 평가가 나쁘지 않은 점도 이번 선임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은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계열사를 찾아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맡아왔다. SK디스커버리 수장으로서 꾸준한 성장을 이끌었다. SK디스커버리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2020년말 5조6216억원에서 올해 3분기말 11조9945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수펙스 추구협의회 밑에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전략위원회 등 여러 가지 위원회가 있는데 그중 핵심에 전략위원회가 있다"면서 "전략위 소속 CEO들이 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서 추천된 인사에 대해 일종의 투표 절차를 거치는데 최창원 부회장도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뽑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도 최 부회장을 두고 전략적 판단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진중한 성격에 근면함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미래 사업 구상과 안정을 동시에 꾀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기에 적격으로 보고 있다. 인적쇄신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최창원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서고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과 힘을 모아 그룹의 위기 극복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원 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최창원 부회장(1964년생)보다 한 살 많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2021년 12월부터 SK온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최창원 부회장을 2인자로 앉힐 수 있었던 것은 SK그룹 자체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구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린 지주사 SK㈜를 최태원 회장이 17.59%의 높은 지분율로 지배하고 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은 0.36%에 불과하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은 사실상 SK그룹과 지분관계가 정리된 방계 회사다. SK디스커버리 산하에 SK케미칼·SK가스·SK바이오사이언스 등 계열사를 둔 소그룹 체제다.


이에 이번 인사가 승계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가 후계 구도의 변화나 승계보다는 인적 쇄신이나 세대 교체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SK그룹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2024 SK 인사 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