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LG-LX, 지분정리 핵심 '친족주주·분할비율'
특수관계인 지분율 상호 '3%' 제한…주식 분할비율 따라 '삼촌·조카' 희비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4일 09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LG 3세'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홀로서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지난 달 '4개 자회사·1개 손자회사' 체제로 첫 발을 뗀 이후 가장 먼저 계열사 임원인사 등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이달 말엔 계열사별 주주총회 거쳐 사명에서 'LG'를 떼고 'LX'로 간판을 교체한다. 


이제 완벽한 계열분리를 위해 남은 건 LX그룹과 LG그룹간 지분 맞교환 뿐이다. 구본준 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LX홀딩스의 최대주주(15.65%)는 여전히 구광모 LG 회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의 주식보유 비중이 상호 3%(상장사 기준)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정리 과정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 LG·LX, 특수관계인 주주 대부분 중복…구획정비 필요성↑


공정거래법 제3조2에서는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특정 기업을 지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에 한해 해당 회사를 특정 기업집단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 동일인이 각각 구광모 회장,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됐을 당시, 이들의 장인회사인 보락·삼표가 LG·현대차 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유다. 


다만 이를 위해선 친족간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한다. 현행법에서는 ▲상호주식소유조건 ▲임원 겸임 ▲채무보증 및 자금대차 관계 ▲기업간거래관계 등을 기준으로 세우고 있다. 


LG에서의 계열분리를 준비하고 있는 LX 역시 이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LX 사례에선 상호 주식소유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세밀함을 요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계열분리시 특수관계인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LG와 LX는 같은 뿌리에서 파생된 만큼 친족(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주주의 대부분이 겹친다는 것이다. 


LX홀딩스에 따르면 구본준 회장(7.72%)을 포함한 특별관계자 29인의 보유 지분은 전체의 45.89%인 7628만690주다. 여기에서 구본준 회장과 그의 외아들 구형모 LX홀딩스 상무(0.60%) 지분을 제외한 기존 ㈜LG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7.57%다. 구본준 회장 일가가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 전체를 장내매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LX홀딩스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은 약 7483억원(11일 종가 기준, 장내매수 가정시) 수준이다. 


과거 2004년 GS가 LG에서 분리할 당시 기존 LG 특수관계인 모두 주식교환, 장내매도 등 방식으로 GS홀딩스(현 ㈜GS) 주식을 처분했던 점을 감안하면, LX 계열분리 또한 유사한 흐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LG그룹 입장에서도 기업집단 조건(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30% 이상)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현재 특수관계인이 잔존하는 것이 유리하다. ㈜LG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현재 46.06%로, 여기서 구본준 부자 보유분을 제외하면 38.28%로 낮아지게 된다.


◆ LG-LX 주가 10배 차이…구본준 차익 규모 클 듯


구광모 LG 회장(좌)과 구본준 LX 회장.

재계에서는 구본준 회장 일가가 LX홀딩스 최대주주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현금으로 조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준-형모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LG 주식을 구광모 회장이 갖고 있는 LX홀딩스 주식과 맞교환(스왑)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구본준 회장(7.72%)과 구 상무(0.06%)가 보유한 ㈜LG 지분 가치는 각각 1조3051억원, 1021억원 가량이다. 반대로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15.65%) 가치는 약 1302억원으로, 구본준 부자의 주식평가액과 11배 가량 차이가 난다. LX홀딩스 최대주주 지위를 얻고 공정거래법에서 요하는 '동일인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30%' 확보 요건 또한 충족시키기엔 충분한 자산이다. 


하지만 반대로 구광모 회장과 LG그룹 입장에선 구본준 부자가 갖고 있는 ㈜LG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선 주식 스왑 분을 제외하고도 약 6589억원(장내매수 가정시)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의 지분 정리를 추진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구체적인 지분정리 방안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회사의 주가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과 구본준 회장의 시세차익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LG-LX홀딩스 주가에 따라 주식 분할 비율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LX홀딩스 주가가 높고 ㈜LG 주가가 낮으면 구광모 회장이 유리하고, LX홀딩스 주가가 낮고 ㈜LG 주가가 높으면 구본준 회장이 유리하다. 전자의 경우 구본준 회장이 LX홀딩스 지분 확보를 위해 ㈜LG 주식을 많이 넘겨야하기 때문에 구광모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반대로 후자의 상황에선 ㈜LG 주식 가치가 높기 때문에 구본준 회장이 넘겨야 할 ㈜LG 주식 수도 적어지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 온 구본준-구광모 회장간 관계를 고려했을 때 어느 한쪽이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주가 타이밍을 노릴 것"이라며 "다만 주가관리가 마음처럼 쉽지 않은 만큼 주식 정리 시점은 보다 유연하게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구본준-구광모 회장의 지분 스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LG 주가가 약세"라며 "'스왑 전 LG 주가 약세-스왑 후 LG 주가 반등'이라는 컨셉으로 투심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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