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시설투자 최소화' 방향 튼 LG엔솔
"우선순위 따져 투자 속도조절"…폴란드 공장 가동률 회복 더뎌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3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LG에너지솔루션)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글로벌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 현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설비투자(CAPEX) 속도조절 방침을 밝혔다. 당초 전년과 유사한 규모로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으나 배터리 수요 둔화 장기화로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집행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25일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당분간 대외환경과 전방 시장 수요 개선에 대한 가시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이나 북미 선제적 생산능력(Capa)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신증설 투자는 선택과 집중으로 지속하되, 투자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보고 능동적인 투자 규모 및 속도를 조정해 시설투자 집행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상을 통해 투자 적합성을 더 정밀하게 분석해 집행할 것"이라며 "시설투자 지출을 최소화하고 가동률을 높일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월 회사는 올해 글로벌 배터리 설비투자에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집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엔솔은 2021년 LG화학에서 분사한 후 CAPEX에 2022년 6조3000억원, 2023년 10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비 집행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처럼 투자비를 줄이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폴란드 공장 가동률 조정과 무관치 않다. LG엔솔은 유럽 고객사 요청에 따라 지난해 4분기부터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조정했고, 이로 인한 고정비 발생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LG엔솔 관계자는 "1분기에 비해 2분기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않을 수 있다"며 "폴란드 공장 가동률 하향 조정으로 상반기까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동률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엔솔이 예상한 유의미한 실적 개선 시점은 하반기다. 회사 측은 "전동화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미국 전략 고객사 신차 출시에 따른 합작법인(JV)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며 "메탈가격 하락으로 인한 원재료비 래깅(lagging) 영향도 2분기를 기점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엔솔은 어려운 환경 속에도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전략을 세웠다. 일단 원재료비 혁신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리튬과 같은 주요 광물뿐 아니라 전구체 등 원재료의 직접 소싱 영역을 확대해 재료비를 절감하고, 글로벌 공급망 직접 투자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핵심 고객들과 견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 2분기 현재 인도네시아 현대차 합작공장이 본격 가동을 시작해 차질 없는 양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4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스텔란티스 합작공장도 가동할 예정이다. 


끝으로 미래 시장을 선도할 신제품 라인업도 확대한다. 국내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 생산을 시작, 올해 3분기부터 안정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남경에서 양산을 시작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북미 및 유럽 시장에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동명 LG엔솔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올 한 해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 예상되지만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꾸준히 실현해 압도적 기술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단단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LG엔솔은 올해 1분기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9%, 75.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6%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 1889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영업손실 316억원을 기록해 사실상 적자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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