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주요 수익원 된 기업대출, 회사채 시장 '변수'
올해 회사채 강세 전망, 대출성장 둔화 예상…"외형 확장 보다는 내실 다지기"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15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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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지난해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되면서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잔액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압박과 예대마진 축소 위기에 봉착했던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수익성을 방어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는 금리인하 기대감 등에 힘입어 작년과 달리 회사채 시장이 연초부터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일부 은행은 지난해처럼 대출을 확대하기 보다는 연체율 등 건전성을 관리하며 내실을 다지는 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 규모는 66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615조9000억원) 대비 8.5% 증가한 수치이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559조6000억원에서 560조9000억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의 문을 걸어 잠그면서 잔액도 제자리걸음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가계대출 부실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에 대한 고강도 주문이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을 통한 영업력 제고 효과를 누리기 힘들어졌다. 그만큼 시중은행들도 가계 신용대출 영업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다.


반면 기업들은 고금리 기조에 따라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보다 은행 대출이 더 유리해지자 은행들도 일제히 기업대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특히 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대기업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40조2000억원으로 1년새 29조8000억원(27.0%) 급증했다. 중소기업대출은 500조7000억원에서 524조6000억원으로 23조9000억원(4.8%) 증가해 상대적으로 대기업 대출 대비 증가폭이 작았다.



은행별 기업대출 증가율은 하나은행이 31.6%로 가장 컸고 KB국민은행(30.1%), 신한은행(25.8%), 우리은행(22.8%) 등도 20%~3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잔액 규모는 KB국민은행이 175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170조4000억원, 하나은행 162조원, 신한은행 160조7000억원 순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회사채발행 시장이 위축되면서 대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중소기업대출까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회사채 시장은 작년에 비해 발행금리 등이 유리하게 책정되는 등 작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은행들의 기업대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여신을 늘렸던 은행으로서는 올해 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회사채 시장은 연초부터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는데, 올해 미국과 우리나라 등 주요국 금리인하 전망에 힘입어 기관의 채권 매수세가 강해지자 기업들이 발 빠르게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용등급 BBB급 비우량채까지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들이 기업대출에서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올해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작년과 같은 성장세를 보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은 올해 기업대출 확장에 주력하기 보단 지난해 확장한 외형을 유지하고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은행의 건전성 요구도 있는 만큼 지난해와 같이 기업대출 확장을 위해 과도한 은행 간 경쟁을 하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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