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사외이사 구인난
금융사, 이사회 요건 강화에 '쩔쩔'···인재 시야를 넓혀야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대 시중은행. (제공=각 사)


[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은행지주 및 은행들이 사외이사 선임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3월로 대거 임기가 만료, 사외이사 물갈이가 예고돼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한다. 사외이사 선임 요건도 더욱 깐깐하게 제시하고 있는 데다, 지주회사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수를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동안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고 보고 '거수기', 혹은 '경영진 방패막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는 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해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대한 핵심원칙을 제시하고, 은행과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당국의 감독과 검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업계는 금융지주 이사회와 사외이사에 대한 책임과 요건이 강화되면서 사외이사 구인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제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당장 직면한 사안은 여성 사외이사 확대와 학계 출신 사외이사 비중 축소이다. 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은행에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국내 금융권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금융사들의 성별 다양성 강화 추세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학계 출신으로 분류되는 대학 교수들이 사외이사진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요구되는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사외이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는 불만이 거세다. 게다가 일반 산업군과 달리 금융사의 경우 '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 제8조 제3항(사외이사의 자격요건)에 따라 사외이사 겸직이 제한된다는 점은 사외이사 선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금융사 사외이사 요건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금융사를 마냥 괴롭히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사외이사 풀(Pool)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기 전에 더욱 넓은 시야에서 적합한 사외이사 인재를 찾는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이익은 '천발견묘(薦拔畎畝)'라는 말을 남겼다. "농사짓는 사람 중에서 인재를 발탁한다"라는 말로, 묻힌 인재를 찾아 등용한다는 뜻이다. 현재 금융사의 상황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진 않더라도 인재 등용에 대한 자세는 본 받을만 할 것 같다. 사외이사 풀이 부족한 것은 사람이 부족하기 보다 후보군 자체가 좁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인재를 찾으려면 농사꾼 중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옛 말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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