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 전무, 승계 정당성 입증할까
올해 경영 능력 검증 시험대…태양광 사업 실적 ‘관건’


[강휘호 기자] 한화그룹 후계자 1순위로 거론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올해 스스로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의 실적 악화를 막고 조직 안정화를 통해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전무는 지난해 말 한화그룹 인사 당시 부사장 승진이 예상됐지만 사업 실적 부진에 발목을 잡혔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승계 절차를 밟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반(反) 재벌 정서가 높아지고,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되면서 재벌기업들 역시 무조건적 세습보다는 경영 능력 검증과 같은 사회적 합의 절차를 통해 정당성과 입지를 확인받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그룹의 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업 실적은 부진했고, 관련 시황도 불안정해지는 등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보조금 정책이 결정타였다. 미국은 지난해 1월 외국산 태양광에 3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태양광발전 보조금을 줄이고, 대규모 태양광발전 허가를 예년 규모로 동결하기로 했다.


실제 해당 영향으로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3543억 원으로 전년보다 53.1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0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9조460억 원으로 3.17% , 당기순이익은 1604억 원으로 80.77% 감소했다.


태양광 부문은 4분기부터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태양광 사업부문이 연결 실적으로 반영되며 매출은 증가했지만, 시장 다변화 전략에 따른 판매가 하락과 일회성 비용(대손상각비 등)처리로 10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김 전무가 경영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올해 태양광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을 맡고 있는 만큼 태양광 사업의 성과가 곧 그의 경영 능력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조직 정비도 마무리 하는 등 육성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 전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되는 것이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8월, 2022년까지 주요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22조 원 가운데 9조 원이 태양광 투입용이다. 미국의 조지아 주 1.6 GW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도 상업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 확대를 위해 한화는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의 합병, 한화솔라홀딩스와 한화큐셀의 합병 등을 결정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더불어 예년보다 태양광 산업 전망도 어둡지 않다는 점은 김 전무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2019년 신규 설치량은 지난해보다 20~2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 정부는 줄이겠다던 보조금을 지난해 11월 다시 2022년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정부 주관 콘퍼런스에서는 2020년까지 설치 누계 목표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증권가도 올해 한화케미칼의 호조세를 예측한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8일 한화케미칼 투자의견은 매수(BUY) 유지, 목표주가를 2만6000 원으로 기존 2만1000원에서 23.8% 상향 조정했다.


원민석 연구원은 “(중국) 13.5 계획 조정 및 동종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출력을 보유한 태양광 모듈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톱 러너 프로그램(Top-Runner Program)으로 태양광 수요의 점진적인 회복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원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13.5 계획을 통해 설정된 태양광 설비 목표는 100GW 였는데 2018 년 6월 155GW를 기록하며 초과 달성 중”이라면서 “중국이 태양광 설비를 늘리는 등 부양책을 발표한 만큼 한화케미칼의 태양광사업도 실적 호조를 보일 것”으로 봤다.


다만 지난해 태양광 업황 자체가 악화돼 사업 부진에도 어느 정도 면책권을 받은 김 전무는 올해 긍정적인 시장 상황에서도 명확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경영능력 평가에 대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올해가 지나면 김 전무의 경영 능력과 한화그룹의 승계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김 전무의 사업 실적과 경영 승계 속도가 일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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