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모녀-장‧차남 공방전 치열
신주발행 목적‧자금조달 필요성‧경영권 분쟁 여부‧통합 후 시너지 등 쟁점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20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제공=한미약품)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에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신주발행을 위한 경영상 목적, 자금조달의 필요성, 경영권 분쟁 여부,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와의 통합 후 시너지 등을 쟁점으로 양측이 각자의 주장으로 재판부를 설득했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21일 오후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당초 3시15분으로 예정된 심문은 사안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4시로 연기했으며, 1시간 40분가량 이뤄졌다. 


임종윤 사장 측과 송영속 회장 측은 ▲신주발행을 위한 경영상 목적 ▲자금조달의 필요성 ▲경영권 분쟁 여부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와의 통합 후 시너지 등을 두고 열띤 변론을 진행했다. 


임 사장 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 지평 변호사들은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은 회사 경영상 목적이 아닌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사익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또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주주들의 신주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신주발행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창호 광장 변호사는 "송 회장이 주식 양도 및 현물출자를 대금과 OCI홀딩스 주식을 받는 건 탓할 수 없다. 임종윤, 임종훈 사장의 지분율 변동이 없고 현실적인 지배구조 변경이 없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신주발행까지 더해지면 OCI홀딩스가 임 사장 형제들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게 된다. 이는 기존의 균형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주발행이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상속세 마련과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장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측 변호를 맡은 유승룡 화우 변호사는 이번 신주발행이 경영상 목적 달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작년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미약품그룹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적극적 연구개발(R&D), 글로벌 경영을 위한 해외 사업 확충,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개척 등을 핵심과제로 삼았다"며 "이를 위해선 충실한 자본 확충과 전략적 제휴가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변호사는 "한미약품그룹은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항암제를 개발했지만 판매망이 없어 판권을 외국 회사에 넘겼고 이를 다시 사오려 했지만 2000억원이 없어 포기했다"며 "이 약은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2조원 팔릴 전망이다. 다른 회사보다 임상이 빨랐지만 자금력에 밀려 폐암치료제 개발을 포기하는 등 한미약품그룹은 그간 여러차례 자금 부족의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재무상황 두고 시각차…"재무구조 건전" vs. "현금성 자산 1.3억, 유동비율 업계 최저"


양 측은 자금조달의 필요성과 조달 방식, 즉 유상증자를 선택한 배경과 신주발행 대상을 주주가 아닌 제3자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립했다. 


성 변호사는 "한미사이언스는 매출과 수익이 좋고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며 "자회사 중에 현금 보유가 많은 곳이 있다. 갑작스럽게 외부에서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올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영업활동에 대한 자금 필요'를 이야기하는데 그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넘길 게 아니라 가장 건전한 한미약품의 지분을 넘기면 된다"며 "작년 말에는 100억원 가량의 자사주도 취득했다.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성 변호사는 또 "자금조달도 3자배정 유증 외에 주주배정 유증이나 사채발행 등 여러 방안이 있다. 왜 굳이 OCI홀딩스를 상대로 3자배정 유증을 하는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자금조달이 급하다며 대금 납입일을 3개월 후로 잡았다. 신속하게 자금조달을 하려면 더 빨리 잡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작년 3분기말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별도 기준)현금성 자산은 1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 믿기 힘든 금액"이라며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은 제약업계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 확충을 위한 신주발행을 '경영 판단에 합리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또 "한미약품그룹이 1조이 넘는 OCI홀딩스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받을 경우 연구개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의  통합은 대표적인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다. R&D를 전문으로 하는 제약사 입장에선 놓치기 힘든 기회"라고 피력했다. 


더불어 그는 3자배정 신주발행이 자금조달에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 변호사는 "주주배정 신주발행은 불가능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주주배정 유증을 했다가 대량으로 실권주가 발생하면 혼란만 더 커졌을 것"이라며 "사채 발행 등 재무상황을 더 악화시킬 추가 차입이 과연 신주발행보다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이를 모른다면 임 사장 형제가 한미약품그룹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무관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 회장, 독단적 경영…갈등 구조 이어져" vs. "임주현 사장, 266억 무담보 대여"


임종윤 사장과 송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 여부 및 그룹 통합 결정, 통합에 따른 시너지 등에 대해 다른 해석과 전망을 내놨다. 


성 변호사는 "임성기 회장 사망 후 송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고 아들들을 배제하는 경영을 하면서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사실 각자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 표면적으로는 아니었지만 갈등 구조가 이어져왔다. 그러다 일체의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그룹 통합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성 변호사는 사업 영역이 다른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가 통합을 한다고 해도 별다른 시너지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 변호사는 "OCI홀딩스는 화학, 특히 태양광 중심의 회사이고 부광약품을 인수했다고 하지만 실적이 좋지 않다"며 "부광약품을 가진 OCI홀딩스는 통합으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한미약품그룹은 어떠한 이득을 얻을지 의문이다. 결국 이번 거래는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일부 주주들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고 지배권을 획득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임 사장 측은 OCI홀딩스에 지분 매각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송 회장이 참여해 신주발행을 결의한 부분에 대해서도 절차적 하자를 주장했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유일한 사내이사다. 


유 변호사는 금전 관계 및 이사선임 결의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경영권 분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임주현 사장은 임종윤 사장 요청에 따라 266억원을 무담보로 대여해주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게 통상적인 경영권 분쟁 상황이냐"며 "2022년 임종윤 사장이 사내이사를 퇴임할 때 어떠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으며, 작년 송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도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통합 이후 시너지와 관련해선 "부광약품은 중추신경계질환, 한미약품그룹은 항암제나 비만치료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한미도 재정 문제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중추신경계질환 치료제를 탐내왔다. 그런 의미에서 부광약품과의 협력은 한미 입장에서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재판부는 사안의 중요성과 양 측의 추가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내달 6일 추가 심문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송 회장 측에 구체적인 자금조달 필요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임종윤 사장 측에는 3자배정 신주발행 외에 다른 자금조달이 가능한지에 대한 자료 제출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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