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네버슬립]
노우진의 EV로그
테슬라의 '슈퍼차저' 동맹이 갖는 의미
포드·GM까지 테슬라 충전 생태계에 합류 …NACS가 '표준' 될까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10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탄소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요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흐름에는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전기차와 배터리입니다. 이 두 개의 바퀴는 완벽하게 맞물려 변화의 조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격변의 시대, 머니네버슬립 'EV로그'에서는 노우진 전문기자가 놓쳐서는 안 될 소식을 골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함께 파도에 올라타 볼까요?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전기차 산업에 있어 충전 인프라의 중요성은 몇 번이고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상상해 봅시다. 전기차를 타고 기분 좋게 드라이브하던 중 배터리가 방전됐는데 근처에 충전소가 없다면? 움직이지 못하는 전기차가 값비싼 깡통처럼 느껴질 겁니다. 어쩌면 전기차를 선택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다음 차량을 구매할 때는 전기차에 대해 재고해 보겠죠.


전기차 기업들이 앞다퉈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소비자는 차량을 구매할 때 인프라를 고려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주유소가 어디에나 있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충전소를 찾기 어려운 전기차를 선택할 때는 더욱 그렇겠죠. 도로 위에서 차가 멈춰버리는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로 불리는 테슬라는 그 어떤 기업보다도 충전 인프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기업입니다. 테슬라의 그간 행적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리고 이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는 걸까요? 테슬라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를 차례대로 자신의 인프라 생태계에 끌어들이며 '충전 패권'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 포드에 이어 GM도 테슬라 충전소 쓴다


제너럴모터스(GM)가 테슬라의 '슈퍼차저' 동맹에 합류했습니다. 8일(현지시간) GM은 2025년부터 슈퍼차저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포트를 자사 생산 차량에 장착한다고 밝혔어요. 지금까지는 슈퍼차저를 이용하기 위해 어댑터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를 더욱 간편하게 활용하게 한 셈이죠. GM의 메리 바라 회장은 이러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협력은 우리 고객들이 급속 충전기에 더욱 빨리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선택한 기업은 GM만이 아닙니다. 앞서 포드는 지난달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어요. 이에 따라 내년 초부터 포드 차량은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장은 어댑터를 사용해야 하지만, 포드는 차세대 전기차에 테슬라의 충전 포트를 내장시킬 예정입니다. 즉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에 더욱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셈이죠.


테슬라에 포드, 그리고 GM. 이들 기업이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합치면 약 70%에 육박합니다. 즉 미국에서 달리는 전기차의 대부분이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온 셈이죠. 달리 말하면 시장에 미치는 테슬라의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의미입니다.


◆ 단순한 협업이 아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 동맹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기업들이 테슬라의 인프라를 이용하게 되면서, 테슬라의 충전 시스템이 아예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슈퍼차저의 충전기 연결 방식인 북미충전표준(NACS)이 진정한 의미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충전기 연결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테슬라가 채택한 NACS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주로 쓰는 합동충전시스템(CCS·DC콤보)이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CCS가 대세로 여겨졌어요.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CCS를 사용했기 때문이죠. 포드나 GM은 물론 폭스바겐과 같은 유럽 브랜드, 그리고 국내의 현대차·기아도 CCS를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포드와 GM이 돌아서면서 무게 추가 단숨에 이동한 겁니다.


NACS는 CCS에 비해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성능 면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사용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죠. 게다가 디자인 면에서도 뛰어납니다. NACS는 CCS의 절반 정도의 크기로, 사용자에게 더 나은 충전 경험을 제공해요. 미국 전기차 충전업체인 에버차지의 제이슨 아펠바움 CEO는 "NACS를 채택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 방식의 우월성을 깨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어요.


이처럼 NACS가 득세하면서, CCS 진영은 불리한 위치에 처했습니다. 과거 도시바의 HD DVD가 소니의 블루레이에 밀려난 것처럼, CCS도 역사의 한편으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닝스타의 데이비드 휘스턴 애널리스트는 "북미 시장에서 NACS가 CCS를 이길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블룸버그는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업체가 NACS를 채택한 것은 업계에 이전 기준을 버리고 이에 따르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고 전했고, 포브스는 "CCS의 죽음은 거의 확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충전업체도 합류


실제로 GM이 테슬라의 '슈퍼차저' 동맹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충전업계도 부랴부랴 테슬라의 충전 시스템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테슬라에 맞서 싸우는 대신 합세하는 것을 선택한 거죠. 이 역시 테슬라의 NACS가 북미에서 단일 표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12일(현지시간) 차지포인트는 빠른 시일 내에 자사의 충전소에서 NACS 커넥터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차지포인트는 북미에서 사업을 벌이는 충전업체 중에서 대장으로 꼽히는 기업인데요. 가장 앞서서 총대를 멘 거죠. 차지포인트는 "향후 모든 제품에 NACS 옵션을 더할 예정"이러며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충전기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충전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들도 잇따라 동참했습니다. 블링크 차징도 이날 자사가 새로 출시하는 급속 충전기에서 기존에 제공하던 CCS 외에도 NACS 커넥터를 기본 탑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호주에 기반을 둔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트리티움도 보도자료를 통해 급속 충전기에 NACS 커넥터를 추가 제공할 계획이라고 선언했어요.


로이터에 따르면, 이외에도 EV고, ABB E모빌리티 북미법인 등 미국 내에서 충전 관련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이 NACS 도입을 위해 테슬라와 손을 잡기로 했습니다. 또한 국내 에너지 기업인 SK E&S가 인수한 에버차지도 NACS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 잠깐, 슈퍼차저가 뭐지?


슈퍼차저란 테슬라의 급속 충전 인프라입니다. 다른 충전 네트워크에 비해 빠르고 안정적이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로 평가받고 있어요. 테슬라 슈퍼차저의 최대 충전 속도는 △V2 150kW △V3 250kW 수준입니다. V3를 이용하면 배터리를 15분 만에 약 49% 충전할 수 있어요. 나아가 테슬라는 최대 615kW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새로운 V4 슈퍼차저 출시를 예고한 상태예요. 업계에서는 V4가 안전성 문제만 해결된다면 시장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전 지역에 걸쳐 약 1만 7000개의 슈퍼차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지 급속 충전기 시장의 60%에 달하는 규모예요. 테슬라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충전소를 늘리면서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어요. 지난 4월 인사이드EV에 따르면, 테슬라는 1분기에만 269개의 충전소를 새로 지었습니다. 충전기 숫자는 2750개 늘어났고요. 단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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