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가 지난 8일 발표됐다. 내부 후보로는 허인·양종희·이동철 부회장에 박정림 부문장 등 4인이 명단에 포함됐다. KB금융은 자체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인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수년간 회장 후보자를 관리·육성해 왔다. 4인 모두 경영승계 프로그램 코스를 밟은 인물로, 회장 후보로서 전문성과 경험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딜사이트는 내부 후보들의 면면에 집중해 숏리스트 후보들의 성과와 강점, 비전 등을 분석하고 '포스트 윤종규'로서 국내 1등 리딩금융을 이끌 적임자는 누구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은 현재 KB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포함된 후보 가운데 유일한 KB국민은행장 출신이라는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역대 KB금융 회장들이 모두 은행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허 부회장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특히 윤종규 회장의 바통을 이어 은행장을 맡아 KB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며, 사상 첫 3연임 은행장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과거 '포스트 윤종규'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 은행장 출신 '강점'…인품·리더십·추진력 3박자 갖춘 덕장

허 부회장은 인품과 리더십, 추진력의 3박자를 갖춘 '덕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온화한 인품과 소통 능력으로 그룹 내부에서 신망이 매우 두텁다. 

허 부회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목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은행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역대로 외부 출신 회장들이 대다수지만 과거 KB금융 회장에 내정됐다가 자진 사퇴한 강정원 전 KB금융 부회장도 은행장을 지냈고, 윤종규 회장 역시 은행장 출신이다.

허 부회장은 경남 진주 출생으로 대구고를 졸업했고,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이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다. 그는 1999년 국민은행에 합병된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합병 이후 국민은행에서 대기업팀장과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신림남부지점장,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 수석지점장을 지냈고, 여신심사본부 상무와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다. 은행장은 2017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4년간 역임했다. 국민은행 역사상 첫 장기신용은행 출신 은행장이자, 첫 3연임 은행장이기도 하다.

허 부회장은 은행장 선임 당시 기관 영업을 중심으로 영업 역량이 뛰어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회장의 은행장 재임 기간 동안 개인고객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KB국민은행이 기관영업까지 본격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허 부회장이 은행장 재임 시절 호실적을 지속했다. 당시 순이익(지배기업 지분)은 은행장 첫해인 ▲2017년 2조1747억원 ▲2018년 2조2592억원 ▲2019년 2조4391억원으로 지속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닥쳤던 2020년 2조2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 2조5908억원으로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 2018년과 2019년을 제외한 2017년과 2020년, 2021년에는 신한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 윤종규 회장과 '리딩금융' 이끈 환상의 호흡

허 부회장은 은행장 시절 윤종규 회장과 함께 KB금융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현한 인물이다. 리딩뱅크로 자리 잡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면서 과거부터 윤 회장과 환상의 호흡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회장도 일찌감치 허 부회장을 후계자 풀에 포함해 양성했다. 윤 회장은 KB금융 회장 취임 후 2015년 첫 인사에서 허 부회장을 경영기획그룹 대표로 선임했다. 이듬해에는 영업그룹 대표를 맡았다. 전략과 영업을 두루 총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019년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KB금융지주 산하 7개 사업부문장(WM·CIB·자본시장·디지털혁신·개인고객·SME·보험)을 마련해, 허 부회장을 디지털혁신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정보통신(IT)과 디지털 업무를 중요시한 윤 회장이 허 부회장에게 중임을 맡긴 것이다. 특히 허 부회장은 지주의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게 됨으로써 이사회에서 정한 회장 내부 후보군 기준에도 부합하게 됐다. 이 기준에는 ▲그룹 내 2개 이상의 회사 및 업무 분야를 경험하고 ▲계열사 대표이사 경험 또는 3년 이상의 부행장급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 은행 벗어나 글로벌·보험까지 영역 확대

허 부회장은 2022년말 정기인사에서 글로벌부문장 겸 보험부문장을 새로 맡았다. 기존 은행업에 치중됐던 허 부회장의 영역이 비은행까지 확대된 시기로, 종합 금융지주 회장 후보로서 능력을 검증하는 최종 관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확고부동한 리딩금융으로 자리매김했는데, 가장 큰 원동력으로 보험부문이 꼽히고 있다. 허 부회장의 보험부문장을 맡자마자 이 부문이 지주의 이익 기여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허 부회장에 대한 평가도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상반기 기준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 등 지주 내 보험계열사의 순이익은 7409억원으로 금융지주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비은행 경쟁력이 금융지주 실적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어 보험 부문에 대한 그룹 내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KB금융이 신한금융과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도 보험과 카드 등 비은행 실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부문에서도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의 활약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KB금융의 글로벌 성과가 조금씩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허인 부회장은 은행장 출신이라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윤종규 회장이 내부 회장 후보 육성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핵심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로, 포스트 윤종규 후보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성희 기자 lsh84@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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