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들, 또다시 채권시장 변방으로
지난해 공모시장서 6000억원 이상 조달한 게임사들…올해 발행 전무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6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시 구로구 넷마블 신사옥 G타워 전경. (출처=넷마블)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채권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르던 게임업체들이 '코로나 반사이익'이 끝나면서 다시 변방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금리인상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신작부재 등으로 실적이 급감한 게임업체들은 올해 공모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 공모시장서 사라진 게임업체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모채 발행에 나선 게임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는 지난해 게임사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 간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다.


주요 게임 대형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을 필두로 한 국내 게임사들은 지난해까지 채권시장으로 자금조달 반경을 넓혀가는 추세였다. 일찍이 엔씨소프트(AA/안정적)가 지난 2016년 공모시장에 진출한 이후 넷마블(AA-/부정적, A+/안정적)도 2020년 공모채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엔 ▲컴투스(이하 A/안정적)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등이 잇따라 공모채 발행에 도전했다.


비록 더블유게임즈는 미매각에 처했지만 펄어비스는 모집액 1000억원 대비 317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고, 컴투스도 1500억원 모집에 358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으며 지난해 공모시장 데뷔전에서 연이은 흥행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기업평가는 "변방에 머물던 게임업계가 채권시장 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게임사들은 공모시장에서 1년여 만에 다시 존재감을 잃었다. 올해 금리인상이 가속화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된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결정적으로는 게임업계 전반의 실적이 크게 저하되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금리인상으로 회사채 시장 투심이 악화되면서 공모채 발행을 도전해볼 수 있는 게임사는 그나마 AA급인 엔씨소프트와 넓게 봐서 넷마블 정도"라면서 "넷마블은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엔씨소프트도 리니지 등 주요 게임의 입지가 예전같지 않게 되면서 예년과 같은 투자수요를 기대하긴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 줄줄이 낮아진 실적들


주요 게임사 실적을 살펴보면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가운데 올 상반기 호(好)실적을 이어간 곳은 넥슨이 유일했다. 넥슨은 올해 3월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흥행 등에 힘입어 2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50% 증가한 8175억원(841억엔)을 기록했다. 2분기 기준은 물론,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치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47% 늘어난 2204억원(227억엔)을 기록했다.


그러나 넥슨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주요 게임업체들의 실적은 고꾸라졌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293억원, 영업이익 12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17%, 영업이익은 9% 늘었다. 다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0% 줄어들면서 상반기 실적 하락세가 크게 나타났다. 넷마블은 올 상반기 내내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119억원, 3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실적저하 추세가 뚜렷한 넷마블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6월 넷마블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넷마블의 신용등급(AA-)을 유지한 채 등급전망만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중소형 게임사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작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는 매출액9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6% 늘었지만, 영업손실 4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기록했다. '쿠키런'으로 알려진 데브시스터즈의 2분기 경영실적은 매출액 533억원, 영업손실 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44.37%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그나마 '오딘'을 앞세운 카카오게임즈가 2분기 매출액 338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2%, 영업이익 810억원으로 900% 늘어난 실적으로 실적을 선방했다.


◆ 아직까진 재무안정성 우수하지만…"비경상적 투자소요 대응력 높여야"


게임사들의 전반적인 실적부진은 기존 주력 게임의 매출 성장세가 정체된 데다가 신작 게임의 부진한 흐름이 원인으로 꼽힌다. 연초 게임업계의 경쟁적인 연봉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확대도 수익성을 상당부분 저하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초 연봉 인상 영향으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빠른 신작 출시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필요했다"면서도 "지난해부터 주요 게임사들의 대다수 신작이 흥행하지 못한 데다가 출시가 지연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반사이익으로 누렸던 언택트 효과도 상당 부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주요 게임사들이 안정적인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2분기 말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엔씨소프트(38.2%) ▲컴투스(40.0%) ▲넷마블(75.3%) ▲펄어비스(70.3%) 등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다만 확대된 실적 변동성과 비경상적 자금소요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재무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게임 업계 특성 상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비경상적 투자소요 발생에 따른 재무안정성의 변동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대규모 M&A 이외에도 메타버스 등 신규사업에 진출한 게임사들의 관련 자금 소요 규모 또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자금소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안정성 및 충분한 재무적 완충능력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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