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위스키 첫 펀딩, 연내 성사될까?
작년 하반기부터 100억 펀딩 중...FI "500억 밸류 비싸고, 엑시트 부담도 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0일 13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김창수위스키 인스타그램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업체인 '김창수위스키증류소'(김창수위스키)가 1년째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정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두고 회사와 재무적투자자(FI) 간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창수위스키는 작년 하반기부터 벤처캐피탈 및 사모펀드(PEF) 등을 대상으로 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희망하는 자금조달 규모는 100억~200억원 수준이다. 일부 운용사가 투자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자금납입을 완료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가 펀딩에 나서게 된 이유는 '위스키 증류시설'을 증설하기 위해서다. 김창수위스키는 투자유치 IR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지매입비를 포함한 자본적지출(CAPEX) 비용으로 193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경상북도와 안동시에 200억원을 투자해 증류소를 세우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1년 이상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로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견해차'가 꼽힌다. 당초 김창수 대표는 기업가치로 1000억원을 평가받기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판단한 이지스투자파트너스 등 복수의 PEF들은 결국 투자검토 단계에서 포기했다. 회사는 현재 500억원 내외로 대폭 가치를 낮춰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반면 FI들은 현 투자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500억원도 비싸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00억원 수준이면 투자를 결정할 의사가 있었던 운용사들 마저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올 들어 복수의 국내 벤처캐피탈이 신주 투자를 검토했으나, 결국 자금집행에는 이르지 못했다. 회사가 제시한 '매출 증대 방안'이 FI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창수위스키는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와 프리미엄 소주 생산 사업 등을 병행해 오는 2026년 매출 400억원, 영업이익 16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30년에는 장기간 숙성된 위스키를 하이엔드 제품으로 판매해 회사 매출을 900억원까지 늘릴 계획도 세웠다. 김창수위스키는 2020년 6월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은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수위스키는 현재 숙성 전 제품을 '파일럿(시범)' 형태로 소량만 판매하고 있다. 수량이 적은 반면, 시장에서는 '토종 위스키'에 대해 일부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유통시장에선 '프리미엄'까지 붙어 판매가 되는 실정이다. 회사는 내년 중으로 정식제품을 출시하고 대량 생산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병당 22만5000원에 판매 중인 가격도 30만원 이상 책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물량이 대거 풀린 이후에도 김창수위스키가 완판(완전판매)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국내 위스키에 대한 단순 호기심에서 발생한 단발적인 수요인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요증가 추이 및 재구매율 등 인기가 지속될 수 있단 점을 확신할 만한 추가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이다. 


FI들은 투자회수(엑시트) 기간에 대한 고민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최소 3년 이상의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10년 이상 숙성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빠른 기간 엑시트를 해야만 내부수익률(IRR)이 올라간다. 수년간 숙성을 시킨 뒤 판매하는 시점이 돼야만 엑시트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창수위스키 투자를 검토했던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회사가 발행한 기업소개(IR) 자료를 살펴봤고 투자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집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현재 수준의 매출로는 500억원 내외의 밸류에이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투자사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며 "원활한 펀딩을 위해선 밸류에이션이 추가 조정되거나, 운용사 입장에서 유리할 만한 다른 조건들이 제시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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