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의 거짓말, 5년간 고위험자산에 2643억 투자
R&D 목적으로 4689억원 조달…R&D투자액 1302억에 불과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9일 11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헬릭스미스 마곡 R&D센터


[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가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연구개발비(1302억원)보다 고위험자산(2643억원)에 두배 가량 더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간 수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총 4689억원을 조달할 때마다 연구개발(R&D)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달랐던 것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지난 16일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올렸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지난달 17일 2817억원 규모의 유증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권신고서도 함께 게재했다. 금감원은 지난 6일 회사 측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폭 수정한 증권신고서에는 헬릭스미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고위험 자산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사실이 기재됐다. 더구나 원금 회수를 못하고 있는 펀드도 있어 대규모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감지됐다.


헬릭스미스는 99.9%의 매출이 건강기능식품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판관비와 연구개발비의 대부분을 유증, 사모 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기능식품 부문에서 발생하는 연 매출은 30~40억원 수준이지만 지난해 판관비에는 203억원, 연구개발비에는 215억원 가량이 들었다. 헬릭스미스가 월 평균 운전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금액은 약 47억원이다.


이 때문에 헬릭스미스는 잦은 유증 실시와 사모 C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헬릭스미스는 2016년 10월 139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지난해 8월 149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 받았다. 사모 전환사채(CB)도 지난 2018년 9월 1000억원, 지난 2월 800억원 등을 발행했다. 지난 2016년부터 유증과 CB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468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달 결정한 유상증자(2817억원)까지 합치면 최근 5년간 7506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게 된다.


최근 5년간 헬릭스미스 자금 조달 이력

헬릭스미스는 이렇게 조달한 대규모 자금으로 연구개발보다는 수십 여개의 고위험 자산 투자에 열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매번 핵심 파이프라인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시험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던 것과 반대된 행보를 보인 것이다.


헬릭스미스가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대규모 유증을 단행했을 당시 제출한 자금 조달 계획에 따르면, 유증 자금의 사용 시기까지 유동자금을 신용등급이 우량한 국내 제1금융권의 안정성 높은 금융상품에 예치해 운용하겠다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동자금을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사모펀드, 파생결합증권(DLS) 등 각종 고위험 자산에 2643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헬릭스미스는 지난해와 올해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에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팝펀딩은 옷·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판매 물건을 담보로 잡는 동산 담보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개인간거래(P2P) 대출 업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 1668억원 중 63%에 해당하는 1059억원이 환매를 중단한 것으로 집계됐다. 팝펀딩 대표 등 3명은 지난 7월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7월과 8월에 코리아에셋증권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코리아에셋 스마트플랫폼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 '코리아에셋 스마트플랫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5호'에 각각 100억원씩 투자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8월 옵티멈자산운용의 팝펀딩 사모펀드 '옵티멈 마켓브릿지 전문투자형 사모혼합자산투자신탁 18호'에도 190억원 투자했다.


헬릭스미스는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에 총 390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총 평가액은 328억원으로 투자 원금에도 못 미친다. 현재 실제 회수 금액은 64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대규모 재무적 손실 발생 가능성은 헬릭스미스도 인정하고 있다. 헬릭스미스 측은 "부실자산과 관련해 전액 손상차손으로 인식할 수 있어 투자 원금 회수도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적으로 보유 중인 금융자산과 관련해 상환 중단, 지급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헬릭스미스 측은 "업종의 특수성으로 인한 경영환경과 최근 저금리의 환경 속에서 보유 중인 현금을 고위험, 고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부동산 등 대체 투자자산에 주로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투자를 집행할 경우 내부통제 절차로 이사진들이 참석하는 투자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펀드와 관련해서 부실 징후가 발생한 경우에도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를 통해서만 변동 사항을 전달 받고 있어 리스크 관리의 한계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각 자금 출처에 따른 유입 자금과 유출 자금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공모 자금의 유동자금 운용이 불투명한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제1항은 '신고 및 공시의무 위반으로 과징금, 임원의 해임, 일정기간 증권의 발행제한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반면 헬릭스미스의 공언과 달리 연구개발비용은 고위험자산 투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2016년 160억원, 2017년 311억원, 2018년 300억원, 지난해 395억원, 올해 상반기 136억원 등 지난 5년간 130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같은 기간 고위험 자산 투자금(2643억원)의 49.3%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같은 기간 234.22%, 984.98%, 940.39%, 886.79%, 595.85% 등으로 상당히 높지만 연구개발 성과는 신통치 않다. 지난해 9월에는 엔젠시스가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무형자산 규모도 대폭 감소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4분기 무형자산에서 818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무형자산에서 엔젠시스의 장부가액은 지난 2018년 말 702억원에서 지난해 말 1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엔젠시스로 인해 무형자산에 추가적으로 손상차손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업종의 특성상 연구개발 실패 위험이 높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연구개발에 집중하기로 한 기업이 고위험 자산 베팅에 매진해 온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고위험 투자는 이익률이 높은 기업들도 지극히 꺼리는 행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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