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상속세 개편, 이제 결론내자
부 대물림 아닌 업(業)의 승계 인식 필요···OCE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08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일 개최된 제51회 상공의 날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출처=대통령실)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3년 전쯤 '100년 기업이요? 은퇴합니다'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해당 칼럼은 막대한 세금(상속세 및 증여세) 때문에 상당수 중견기업이 가업을 승계하는 대신 사모펀드운용사(PEF)에 매각 혹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최근 5년만 봐도 한샘, 락앤락, 해피콜, 하나투어, 오스템임플란트 등 알만한 기업의 주인이 PEF로 바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들 기업 창업주들이 PEF에 회사를 넘긴 속사정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세금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부자 감세, 혹은 이중 과세 논란을 빚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세법)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24년 만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소액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오르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국민들이 다 같이 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며 세법 개정에 대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아울러 지난 20일 개최된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가업 승계 문제를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해 상속세와 증여세 세율이 매우 높다. 반면 독일은 상속세를 100%까지 감면받을 수 있는 가업승계제도가 잘 돼 있다 보니 기업은 혁신에만 매진할 수 있고, 많은 히든챔피언과 100년 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며 현 세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30억원이 초과하는 지분을 상속할 경우 50%를 상속세로 내야하고,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경우 30%의 가산세가 추가돼 상속세로만 지분 매매가의 65%를 내야 한다. 단순계산시 1세대가 2세대에 100억원어치의 지분을 남기면 2세대는 65억원을 세금으로 내고 35억원을 쥐게 되며, 3세대에 가서는 세금(23억원)을 제하면 12억원만 남는다. 현 세법상으로는 아무리 부자라도 3대를 넘기기 힘들다는 의미의 부불삼대(富不三代)는 사자성어를 피해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4개국이며, 이중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영국, 덴마크뿐이다. 다만 영국은 상속세법 폐지를 추진 중이며, 덴마크는 상속세울이 15% 불과하다. 아울러 미국 역시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을 뿐더러 과세표준도 약 160억원(배우자 상속을 고려하면 320억원)에 달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유산취득세(상속인 개별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부(富)의 대물림보다 업(業)의 승계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부를 자식에게 넘겨주는 것은 사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아울러 자식에게 본인이 일군 부를 물려주고 싶은 게 사람 본성이다. 열심히 일해 무언가를 남기려는 사람에게 벌은 주는 세금은 사회 활력을 없애고, 생산성 감소 등 경제행위 자체를 왜곡할 우려가 크다. 나아가 과도한 세제로 기업이 사라지거나 주인이 바뀌면 일자리와 세수가 줄 수밖에 없기에 국가적 손실이다.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 "세제는 예측할 수 있고 편익을 주며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상속세 및 증여세율 기준을 OECD 평균(26%) 수준으로 낮추거나, 독일과 같이 승계 후 고용 현황에 맞춰 감세 또는 면제해주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의 영속성이 보장돼야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에도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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