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이 흘린 눈물의 의미
흐지부지 되던 과거 약속·악습 '단절'···'새로운 삼성' 위한 4대 공약 실천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5일 11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 5월17일 삼성전자 화성공장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한 故이건희 회장(왼쪽 두 번째)과 이재용 부회장(왼쪽 네 번째).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삼성의)커다란 변화 약속이 과연 진정한 의지에 따른 것일지, 아니면 총수 개인의 양형과 맞바꾸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일일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본인과 앞으로 삼성의 역사가 증명해낼 일이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020년 송년사를 통해 남긴 말이다.


이 말은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발표에서 내걸었던 △경영권 4세 비승계 △무노조 경영 철폐 △시민사회 소통 강화 △위원회 지속 운영 등 4대 공약을 두고 한 이야기다. 이 부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국격에 걸맞은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연신 고개 숙여 사과했다. 2016년 뇌물공여 혐의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것이 사과의 발단이었다. 


이를 전후로 삼성은 빠르게 변화했다. 외부 감시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하고, 계열사들에는 노조가 만들어졌다. 또 10년을 끌어왔던 반도체 백혈병 논란에 대해서도 중재위원회의 중재안을 이견 없이 수용했다. 계열사마다 컴플라이언스 조직과 노사관계 자문그룹도 구축했다. 최근의 변화상만 놓고 보면 삼성의 역사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용'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여전하다. 


그간 삼성의 역사를 보면 이런 시각들도 십분 이해된다. 중요한 건 유지 여부가 아니다. 정성적으로 초심을 얼마나 잘 붙들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삼성은 과거부터 숱한 비위 사건으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쇄신안을 내놨다. 그러나 결과는 늘 흐지부지였다. 


'관리의 삼성'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삼성인데, 내부 감시조직이 없을 리 없다. 삼성전자만해도 기존 법무실 산하에 준법경영 업무를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팀이 구축돼 있고, 대표적인 기업경영 견제기구인 이사회 또한 사업 초기부터 갖추고 있다. 이사회 내부에 별도의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것도 벌써 20년이 넘는다.


삼성전자는 2000년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등을 두게끔 변화를 줬다. 투명경영 확립을 위한 조치였다. 2006년엔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 등으로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만들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었지만 약 2년간 간판만 유지하다 문을 닫았다. 


2010년엔 그룹 모든 계열사에 준법지원인제도가 도입됐다. 국내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담합, 반독점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2013년엔 계열사 및 임원 평가에 준법경영지수를 반영하겠다고도 공표했다. 공통적으로 모두 위기 상황에서 내놓은 대처였지만, 현재 삼성이 처해 있는 상황만 놓고 봐도 제대로 운영됐다고 평가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삼성 내에서의 초법적 권력 대상은 늘 감시가 아닌 보호의 대상이었다는 점이 그간 삼성 역사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삼성은 이제 달라질 겁니다. 저부터 달라질 겁니다. 저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어떤 조직도 준법감시의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저 좀 지켜봐주십시오."


글로벌 삼성은 이미 한국을 넘어선 세계의 주시 대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아버지, 할아버지 시대와 어떻게 달라질지 5000만 대한민국 국민과 세계인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 그가 흘린 눈물이 '역사' 속에 '실천'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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