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쿠팡 베팅
경쟁상대가 달라졌다…롯데·신세계 너머 ‘아마존’
① 3년새 매출 7배 증가, 로켓배송·물류센터 확충 덕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업체가 국내에는 쿠팡 밖에 없다. 아마존과 맞서는 것이 두렵지 않다. 쿠팡은 더 이상 소셜네트워크 기반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다”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김범석 대표는 2015년 11월 개최됐던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같은 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차례에 걸쳐 쿠팡을 잠재적 경쟁자로 언급했음에도 아마존만 언급했던 걸 보면 애초부터 국내 기업을 경쟁상대로 생각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쿠팡은 2010년 설립 초기부터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인 그루폰보다 이커머스인 아마존을 표방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쿠팡이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고 있었기에 업계는 젊은 창업가의 야망 정도로 평가절하는 반응 일색이었다.


비웃음에도 쿠팡은 2012년 5월 경기도 군포시에 물류센터를 마련하는 등 아마존 따라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2014년 3월, 24시간 배송을 표방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빈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냈다. 아마존과 같이 상품 판매에서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처리가능 한 ‘다이렉트커머스’ 모델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배송시스템을 선보인 덕에 쿠팡은 2014년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에서 4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또 이듬해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으로부터 아마존과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으며 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은 물류센터 건립과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 확충에 대부분 사용됐다. 쿠팡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올 11월 기준 2만4000명으로 2015년(5500명)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했고, 센터와 캠프 등 전국에 물류 거점을 60개까지 불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물류센터와 배송인력 증가는 쿠팡이 아마존과 같인 직매입 판매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현재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1억2000만종이며, 이중 400만종은 로켓배송을 통해 주문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다. 다양성과 신속성을 갖춘 덕에 쿠팡의 매출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14년 3485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지난해 2조6814억원으로 6.7배 증가했고, 올해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쿠팡의 경쟁 상대가 기존에는 소셜 및 이커머스 업체들이었다면 이제는 롯데와 신세계, SK 등 대기업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조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한 것 역시 유통공룡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함으로 전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도 13년간 적자를 기록하다가 단번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자금력만 뒷받침 되면 쿠팡이 대기업을 제치고 시장의 선도적 지위자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또다시 통 큰 투자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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