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부동산 신탁사 설립 ‘눈독’
주택금융공사·SH공사 검토…부정적 시각도 존재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금융위원회가 신규 부동산 신탁사 인가를 추진 중인 가운데 공기업들도 신탁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와 은행, 증권 등 기존 유력 후보군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0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부동산 신탁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HF와 SH공사는 내부에 신탁사 설립을 준비하는 임시 조직을 꾸려놓은 상태”라며 “신탁사 설립이 기존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신탁사 설립 과정과 절차, 경쟁사 동태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3월에 출범한 HF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공급, 주택금융 신용보증, 유동화증권 발행, 주택담보 노후연금보증 등을 제공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 1조7575억원, 영업이익 1135억원을 기록했다. 부채총계는 116조2984억원, 자본총계는 3조79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776%다.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HF는 과거부터 신탁사의 담보신탁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주택금융에 특화된 공기업인 만큼, 신탁사와의 사업적 시너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서울 지역 택지 개발과 공급, 주택의 건설·개량·공급 및 관리 등을 담당하는 공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 2조 5212억원, 영업이익 3158억원을 기록했다. SH공사는 계열사인 서울투자운용을 통해 신탁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서울투자운용의 최대주주는 SH공사로 지분 35.1%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우리은행, 한화손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등이 주요 주주다. 자본금은 100억원이다.


서울투자운용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추진하는 리츠 사업의 투자와 운영·관리를 위해 설립한 자산관리회사(AMC)다. 핵심 사업은 ‘서울리츠’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구조로 민간 리츠에 비해 공공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2016년 6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뒤 서울리츠 1~3호를 운영 중이다. 서울리츠 1호는 은평·양천구, 2호는 서대문·강북·성북·종로구, 3호는 마포·노원·중랑·성동·송파·강남·강서구에 위치한다.


부동산 신탁사 임원은 “SH공사는 리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신탁사의 역할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공기업인 SH공사가 직접 나설 경우 부담이 크다는 판단 하에 자회사인 서울자산운용을 앞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탁사 신규 인가를 노리는 곳은 시중은행과 증권사, 건설사 등이다. 공기업은 이들 대기업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자금력과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공기업이 또 다시 신탁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최초의 신탁사인 한국부동산신탁과 대한부동산신탁이 IMF 이후 분양시장 침체와 과다한 차입금 부담 등으로 2001년 3월과 7월 각각 부도 처리됐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공기업 소속이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한국부동산신탁과 대한부동산신탁의 방만한 경영 탓에 피해 규모가 최대 2조원에 달했다”며 “부실 책임이 있는 공기업에게 다시 신탁업 인가를 내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HF 관계자는 “현재로선 부동산 신탁사 인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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