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역사는 반복된다
IP 강화가 숙명인 라이엇게임즈...수직 계열화로 인한 이해 충돌 해법은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14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 LCK 아레나에서 개막한 '2024 LCK 스프링' 경기 현장. (출처=LCK)


[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전 세계가 주목받고 있는 한국 e스포츠의 핵심 콘텐츠 LCK가 갈 길을 잃었다.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여겨졌던 e스포츠 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한때 완성도 높은 게임 콘텐츠와 e스포츠로 전세계를 호령했던 블리자드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참여하고 있는 10개 프랜차이즈 게임단 가운데 일부가 지난 17일 '지속가능한 LCK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내놓으며 자신들의 어려움을 팬들에게 전했다. 요지는 2020년 시작된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참여했지만 10개팀이 3년간 1000억원에 이르는 손실만 봤다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우승과 롤드컵 우승으로 소위 잘 나가는 줄 알았던 LCK팀들이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LCK 팀들은 '타 프로 스포츠 대비 현저히 적은 연간 경기 수' 문제와 'LoL IP(지적재산권)와 연계한 확장성 있는 사업 모델 기획 및 실행' 등을 꼽았다.


라이엇게임즈의 자회사인 LCK 측은 분담금 인상과 잔여 가입비 납부 등을 제안하며 문제 봉합에 나서려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인 IP 사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현실을 보면 분담금 인상과 잔여 가입비 유예만으로 한국 e스포츠의 핵심 LCK의 미래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력과 발달된 시스템을 갖춘 LCK가 이럴진 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중국 리그 참여 팀들도 쉽지 않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실을 돌아보니 과거 스타크래프트와 오버워치를 중심으로 게임과 e스포츠 시장에 중심에 있었지만 이제는 중심과 멀어진 블리자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게임사는 근본적으로 IP 사업이 핵심이다. 그런데 다양한 협업이 필수인 e스포츠 영역에서 게임사는 어느 순간 IP를 두고 다른 협력 주체들과 갈등 관계를 빚게 될 수밖에 없다.


라이엇게임즈는 15여년전 블리자드가 실패한 사례를 바탕으로 여러 협력 주체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으며 e스포츠를 상당히 빠르게 파고들었다. 이어 세계 최고 e스포츠 브랜드인 일명 '롤드컵'으로 불리는 'LoL 월드챔피언십'을 완성형 모델로 만들었다.


하지만 과거 블리자드가 e스포츠 영역에서 행한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게임사와 나눠달라는 참여 주체들과의 분쟁이다.


스포츠 산업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서 만드는 협업의 산물이다. 유럽 축구나 북미의 메이저리그를 보자. 성공한 프로 스포츠 모델은 어마어마하게 비용을 들여 참여하는 팀이 있고 그 안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선수가 있다. 이외에도 대회와 리그를 만드는 다양한 주체를 비롯해 그 콘텐츠에 투자하는 여러 스폰서들이 있다. 그 기반은 당연히 축구나 야구를 소비하는 수용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특히 축구라는 종목에 대한 IP권한은 따로 없다. 


성공한 스포츠 산업 생태계에서 모두가 윈윈 해야만 그 모델이 완성된다. 다양한 주체들 가운데 하나나 둘만 틀어져도 그 생태계는 무너진다.


과거 e스포츠는 성장하는 산업이었고 전세계적으로 수용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너도나도 그 속에서 가치를 찾고자 투자를 했다. 그 가운데 일부가 LCK에 참여하고 있는 팀들이다. 이들은 가입비만 100억원을 투자하고 선수들 연봉으로 매년 수십억원씩을 썼다. 그런데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게임단의 경우 지난해 100억원의 비용을 들였지만 겨우 30억원이 안 되는 매출을 얻었다.


문제는 LCK 팀들이 현재 진행형인 투자를 미래 수익으로 바꿀 수 있느냐이다. 지금과 같이 라이엇게임즈가 모든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팀들이 가져갈 수 있는 과실을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한때 다양한 주체들과 협업을 해왔던 라이엇게임즈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자 LoL e스포츠의 모든 영역을 수직 계열화했다. 당시 블리자들의 길을 걷지 않을까 했던 기우가 있었고 결국 현실이 됐다.


IP권한을 유연하게 해석해 협력 주체나 수용자자나 팀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수익을 얻기 위해 IP권한 강화에 나서야 하는 게임사의 숙명이 결국 e스포츠 성장과 이해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시점에서 라이엇게임즈는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블리자드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에 따라 LCK는 물론 LoL e스포츠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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