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 대학에 잇단 러브콜 이유는
LG·SK, 갈등 경험... 인재·기술 확보전 가열, 졸업 후 취업보장까지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8일 15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대학과 손잡고 인재 확보에 나섰다. 기업의 주력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터리 사업 인재를 직접 키우고 보호하겠다는 의지다. 배터리 관련 인재 이탈을 직접 경험한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삼성SDI도 인재 확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대 배터리 회사들이 대학과 협력해 직접 배터리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 연세대와 손잡고 인력 확보에 나섰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포항공과대학(이하 포스텍)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손을 잡았다.


◆ 분쟁 경험... 산·학 연계 통한 경쟁력 확보 및 인력 유출 방지


이들이 대학과 손잡고 배터리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은 주력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터리 사업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특히 갈수록 심화되는 인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다.


기업이 대학과 손잡고 인재양성에 나서는 경우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업의 지원금으로 관련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모든 과정을 마친 후 입사가 의무화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금으로 육성이 이뤄진 만큼, 의무 입사 및 근무 기간 등의 계약이 포함될 것"이라면서 "인재확보 및 유출 방지 차원에서 다른 산업에서도 자주 이뤄져 왔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CHO(최고인사책임자) 부사장과 명재민 연세대 공과대학장이 협약체결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미 경쟁사에 인재를 대거 내준 경험이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인재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인력이 이탈하면서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다.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2019년부터 2년간 이어온 배터리 분쟁을 종식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으로 시작된 해당 분쟁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2조원(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의 보상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인력 유출과 함께 기술유출이 발생함으로써, 경쟁사의 배터리 역량이 한층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배터리 업계에서는 "2조원으로 10년의 배터리 기술을 앞당긴 SK이노베이션의 승리"라는 말까지 나돌기도 했다.


◆ LG엔솔-고대·연대, 삼성SDI-포스텍, SK온-UNIST


이 때문인지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두 개 대학(연세대, 고려대)과 협약을 맺고 있다. 고려대에는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를 세웠고 연세대에는 배터리 계약학과를 설립해 석·박사학위 과정 지원은 물론 생활비 지원과 취업도 보장한다.


분쟁의 당사자였던 SK이노베이션도 산·학 협력을 통한 인재확보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해 신설한 SK온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석사과정을 신설하고 인재육성에 나섰다. 내년 3월부터 인재 양성 과정이 시작되며, 석사과정 졸업 후 SK온에 입사해야 한다.


눈앞에서 두 배터리 회사의 분쟁을 목격한 삼성SDI도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삼성SDI는 포스텍과 2016년부터 배터리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는데, 이번 협력을 통해 공동 연구를 넘어 직접 인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SDI와 포스텍은 '배터리 인재양성 과정'을 개설해 100여명의 석·박사과정 장학생을 선발하고, 실제 현장 연구에 투입시킬 계획이다. 등록금과 별도의 장학금, 학위 취득 이후 취업 또한 보장된다. 사실상 대학과 연계해 선제적으로 입사할 인력을 뽑는 셈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들 간의 산학 협력 경쟁이 대학가로 번진 사례"라면서 "앞으로도 인재 조기 확보를 위한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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