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권 싸움, 정부 주도의 스튜어드십 코드 마련 필요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가 그룹 전체를 좌우하는 국내 재벌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이어, 8월은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최근 기업간 합병 등 주주총회 주요 사안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처럼,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사결정이 지배구조 개선에 실질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의 실적개선, 주주가치 증대 등 건전한 주식시장 선순환 고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높다.


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해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은 5일 이슈리포트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추진에 대한 제언’을 발표하고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앞둔 시점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방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기관투자가 행동강령’으로 영국, 일본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준비 중이나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 도입시기가 9월 이후로 연기됐다.


대신경제연구소 측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단순 투자활동에 국한하지 않고 ‘관여’를 통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연성 규범”이라며 “통제에 의한 규제가 아닌 ‘원칙에 근간한 자율규제로의 전환’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신경제연구소가 2014년 12월 결산 상장사 1721개사의 정기 주주총회를 분석한 결과,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 62.5%(51사), 코스닥시장에서 78.1%(50사)가 상정 의안에 모두 찬성(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신경제연구소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우리나라 현행 법령 상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볼 수 있어, 기관투자자가 주식 등의 대량보유신고 특례를 적용받지 못하는 등 결과적으로 업무량 증가와 운용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금 제외)가 기업에 배당 요구를 할 경우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간주해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신경제연구소는 “기업의 ‘관여’는 바로 도입 가능한 기관들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강화, 피투자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이해상충 해소방안 마련 측면에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정부나 정부 조직이 제정의 주체가 되어 스튜어드십 코드에 권위를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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