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늘린 은행…건전성 뇌관 되나
3분기 5대 은행 기업대출, 전분기 대비 30조 급증
이 기사는 2023년 11월 30일 16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뉴스1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은행들이 여신전략을 가계에서 기업으로 선회하면서 기업대출 경쟁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간 초저금리를 활용해 급격히 대출을 늘린 가계가 고금리 기조로 대출 부실화 우려가 고조된 것이 기업대출 확대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약 766조원으로 집계됐다. 6월말 737조원에서 한 분기만에 3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가계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에서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가 치솟자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사실상 은행권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은행들이 가계 대신 기업으로 여신전략을 선회했다. 가계대출보다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당국의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가계에 쏠려 있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들도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금리 압박이 심해지자 은행 대출을 더 선호하게 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 증가는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자연히 은행 쪽으로 자금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이 기업대출 규모가 172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168조원), 하나은행(161조원), 신한은행(159조원), NH농협은행(105조원) 등의 순이었다.


전분기 대비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우리은행(7.4%)이었고, NH농협은행(6.6%), 하나은행(5.8%), KB국민은행(5.1%), 신한은행(4.0%)이 뒤를 이었다.


다만 문제는 기업대출 부문에서도 연체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은행들 간 기업대출 확대 경쟁이 격화되다보니 금리 경쟁뿐만 아니라 신규 대출 건 확보를 위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도 대출을 실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업계 전언이다.


여기에 기업 역시 고금리 영향을 받고 있고, 경기 둔화에 따라 소비가 경색되면서 기업들의 매출도 떨어져 이자 등 대출 상환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5대 은행 및 3대 국책은행이 한계기업에 대출한 금액은 54조5000억원으로 2019년말(34조2000억원) 대비 20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도 1년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9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44%로 지난 2022년 6월말(0.41%) 이후 가장 높았다. 부실채권은 총 11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말(10조5000억원) 대비 1조원 늘었고, 이중 기업여신이 9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 가계여신과 신용카드채권은 각각 2조3000억원, 2000억원 등이었다.


신규 발생한 부실채권 4조3000억원 중에서도 기업여신 몫이 3조1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기업 신규부실이 7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3000억원 증가하면서 증가세의 원인이 됐다. 중소기업과 가계여신 신규부실은 각각 2조4000억원, 1조원으로 전분기말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이에 지난 3분기 은행들의 실적발표 후 시장에선 기업대출 부문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고금리 영향에 이자 부담이 커진 상태"라며 "한계기업을 위주로 기업대출 연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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