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자본주의, 그리고 민주주의
밸류업 프로그램 핵심은 주주환원...주주를 위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려면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08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신년회를 갖고 임직원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역시 한국 주식은 안돼!"


올해 초까지 지인들에게 심심치 않게 던졌던 말이다. 미래 전망을 보고 3년 넘게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 주식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애먼 사람들에게 볼멘소리를 한 것이다.


전기차 시대 테슬라만큼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현대차가 수년간 꼽혀왔다. 3년여 전 현대차 주주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고 실천에 옮겼다. 철저한 분산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대자동차에는 상당한 액수를 투자했다. 그만큼 현대차의 미래를 밝게 봤다.


그리고 그 전망은 맞았다. 현대차 실적은 연일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 부진이 아쉽지만 자동차 왕국 미국과 유럽에서 선전은 이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기업 성과에 전망은 맞았지만 주가는 3년 전보다 못하다. 실적 호조에도 현대차 주가는 여전히 20만원 이하의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다. 'PBR'로 불리는 주가순자산비율이 1이 되지 않았다. PBR이 1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이 가진 자산보다도 시가총액이 낮다는 의미로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음을 말한다.


기업에 대한 성과를 제대로 전망했지만 주가 전망은 실패했다. 주변에서 혹은 언론에서 한국 증시를 부정적으로 보며 말하던 '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절실히 다가왔다.


그런데 이러한 불만을 정부에서 들은 것일까. 올해 1월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증권업계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세계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달리고 있음에도 한국 증시가 힘을 못 쓰고 있음을 인식한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신통하게 현자차 주가는 이후 급등했다. 지난 2021년 1월 12일 이후 3년여만에 26만원대로 올라섰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도 그리 길게 가지 못할 듯하다. 정부에서는 지난 26일 기업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요 프로그램이 대부분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주는 인센티브도 법인세 공제 및 감면과 R&D 세액 공제 등 지금까지 지원을 해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망감은 커졌고 오랜 기간 관련 기업에 물렸던 국내 투자자들은 연일 주식을 내다 팔았다. 다행히 외국인들의 매수세로 주가는 상승분을 모두 내놓지는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기준 미달시 상장사 퇴출을 고려하겠다"는 채찍을 들고 나서겠다는 의중을 표시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정부에서 내놓은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크게 아쉬워하는 듯하다.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에는 주주환원 정책의 실현, 주주가치의 보호가 있다. 지금까지 코리아디스카운트 주범으로는 거버넌스 문제가 꼽혔다. 일부 대주주의 이해관계로 인해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당연시되던 것이 한국 증시였다. 어떻게 됐건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을 멀다.


자본주의의 꽃은 금융시장의 핵심 자본조달처인 증시가 아닐까.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고 그 주주들을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와 잘 연결돼 있다. 민주주의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다수 의견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다.


한국 증시가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 정신을 얼마나 반영을 했는지 되돌아보자. 누구도 합격점을 주지 못할 것이다. 자의든 타의던 이제 시작된 주주환원에 관련한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됐다.


공교롭게 민주주의의 핵심인 국민 주권 행사인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는 물론 증시에서 민주주의 정신, 자본주의 정신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데스크칼럼 35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