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기대출 돌파구는]
'금융안전판' 기업은행, 건전성 관리 '빨간불'
NPL비율 1.01%, 시중은행 4배 수준…"건전성 관리 우선해야"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0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기업은행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고금리‧고물가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중소기업대출이 많은 기업은행의 건전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기업은행의 금융안전판 역할도 중요하지만 부실 대출 관리 등  건전성 제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중기대출 증가, 건전성 지표 악화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01%로 지난해 말(0.85%)과 비교해 상승했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NPL비율이 0.25%인 것과 비교하면 4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NPL비율은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말 NPL 잔액은 3조75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NPL 잔액은 ▲국민은행 9889억원 ▲신한은행 8700억원 ▲하나은행 7690억원 ▲우리은행 677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기업은행의 NPL 비율이 높은 건 중소기업대출이 많은 탓이다. 올 들어 중소기업은 경기가 둔화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등급을 받기 어려워져 은행 대출을 늘리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3조8000억원 늘어난 998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불어났다. 올해 10월 말 수치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4년 전(2019년 10월 말) 대비 283조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그 이전 4년간(155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대출 증가율 역시 4대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기업은행의 3분기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31조7010억원으로 전년 동기(217조6580억원) 대비 6.06%(14조43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총액은 486조1804억원에서 509조1843억원으로 4.73%(23조39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6개월 이상의 장기 연체가 증가하고 있다. 법인 파산 신청도 역대 가장 많았다. 올해 1∼10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6.8% 급증한 규모다. 


◆ 위기 시 '금융안전판', 건전성 제고 필요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 지원이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경기가 침체하면 중소기업대출을 더 확대하는 편이라 구조적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은 전체 대출 중 중소기업대출을 70% 이상 의무적으로 취급해야 한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비중은 3분기 기준 의무 비중보다 11.1%포인트 높은 81.1%에 달한다.


반면 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의무대출 비중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대출 의무 비중은 시중은행 50%, 지방은행 50%, 외국계은행 25%다. 특히 시중은행은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중소기업 의무대출 평균 준수율이 51.6%에 그쳤다. 지방은행의 평균 준수율은 54.6%, 외국계은행 지점은 46.3%였다.


윤종원 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과 성병희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정훈 IBK경제연구소 과장이 발간한 논문 '국책은행의 여신행태는 민간은행과 다른가?'에 따르면 국책은행은 경제 위기 때 대출을 더 늘려 기업들이 위기를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안전판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 시기에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시중은행은 경제 위기 시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대출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이러한 시중은행의 경기순응적 대출을 보완해 온 셈이다.


논문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시중은행의 대출은 국책은행과 다른 경향성을 나타냈다. 시중은행은 위기 이후 수익성과 건전성이 우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했고 국책은행은 위기 이전보다 중·저신용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렸다.


논문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상대적으로 금융접근성이 취약한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등 금융사각지대를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와 별개로 기업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기업은행도 정책금융기관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민간은행의 기능도 한다"며 "정책금융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업은행의 경우)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 대출 의무 비중을 지키면서도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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