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공영, 분양 부진에 차입금 증가 불가피
1Q 영업이익, 이자비용 절반에 못 미쳐…악순환 우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6일 14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신공영 본사 전경. (사진=한신공영)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한신공영이 건설사 중 올해 처음으로 국내 신용평가 3사에서 등급 하향 통보를 받았다. 시장에선 부동산 침체 장기화, 미분양 심화 등으로 개별 현장의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 주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부실 위험에 노출된 사업장에 대한 회사의 대여금 지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신평·한기평·나신평, 미분양 확산에 '경고등'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곳은 최근 한신공영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조정 했다. 기업어음 신용등급 역시 A3+에서 A3으로 한 단계 낮추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3곳의 신평사가 모두 한신공영의 신용등급을 낮춘 공통 사유는 미분양 가구 확산에서 비롯된 수익성 악화가 운전자본 부담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연말연시에 진행한 '학산 한신더휴 엘리트파크'와 '인천석정 한신더휴' 분양이다.


작년 12월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학산동 일원에 공급한 1455가구 규모의 학산 한신더휴는 1437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인원은 983명에 그쳤다. 지난 1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숭의동 일원의 인천석정 한신더휴 역시 139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접수자는 36명에 불과했다.


분양수익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서 올해 1분기 한신공영의 미완성주택은 717억원으로 전년(509억원) 대비 40.9% 증가했다. 이에 1분기 연결현금흐름표에 나타난 매출채권은 543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에 34억원을 해소한 것과 상반된 양상이다.


건설업계에서 매출채권은 사업을 발주한 시행사가 시공사에게 정해진 시기에 대금 지급을 합의했으나 아직 현금을 치르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최근 국내 기준금리 상승과 미분양 증가로 분양대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서 시행사가 시공사에게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업장 부실, 자사 현금으로 떠안아


미분양은 물론 진행 중인 사업의 대주단이 이탈하는 사례까지 나오자 한신공영은 개별사업 완수를 위해 자사의 현금 지출까지 단행하고 있다. 회사가 프로젝트금융회사(PFV)에 출자했거나 시공사로 참여한 사업장의 대출채권 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을 인수하며 직접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한신공영이 사업장에 긴급하게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는 사실은 투자활동현금흐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213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전년 동기(42억원) 대비 약 5배 늘어난 것이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주된 원인은 단기금융상품의 취득과 단기대여금 제공에 있다. 대부분 개별 사업장 현금 지원을 위해 사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회사는 1분기 단기금융상품 취득을 위해 3210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1715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또 올해 1415억원을 외부에 단기 대여하면서 현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1분기 지출한 997억원 대비 41.9% 늘어난 금액이다. 보유하고 있는 장기 대여금 채권 총액 역시 774억원에서 1230억원으로 증가했다.


건설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건설사의 단기금융상품 취득은 개별 사업장의 대출채권을 직접 인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사 현장의 현금이 바닥나면서 회사가 사업장의 채무 상환과 사업비 조달을 돕기 위해 현금 대여를 활용한 자금조달에 나섰을 경우에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태영건설에도 나타난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 -809억원을 기록했다. 932억원의 현금을 유동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취득을 위해 사용했다. 기존에 보유한 채권 670억원을 같은 기간 처분했지만 384억원의 지분 취득과 459억원의 투자부동산 취득으로 현금 지출이 늘어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완성된 건물을 담보로 넘겨서라도 공사대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시공사가 자체 자금을 사업장에 대여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며 "보유 현금이 부족하면 외부 차입을 이용해서라도 사업을 완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국기업평가 보고서 갈무리)

◆열위한 신용도에 이자부담 심화…유동성 확보 절실


업계에서는 한신공영의 회사채 신용등급(BBB)이 태영건설(A-)보다 열위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A등급에 미치지 못하는 건설사의 공모채가 시장에서 외면 받았음을 고려할 때 한신공영의 유동성 확보는 보다 험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1분기 한신공영이 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현금은 881억원에서 497억원으로 감소했다.


신용등급이 낮다보니 자금을 차입하더라도 이자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다.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139억원으로 전년 동기(2803억원) 대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58억원) 대비 3분의 2 이상 감소했다. 지방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가구가 늘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자비용이 111억원임을 감안하면 자체 영업활동(영업이익 45억원)만으로는 이자비용 감당이 이미 어려운 상태다. 부실사업장 관리를 위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금리 부담도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신공영에게 필요한 건 보다 긴 만기 구조와 낮은 이자비용이지만 이들 모두를 성취하기엔 시장 환경이 건설업계에 비우호적"이라며 "건설경기 악화를 이겨낼 대책 마련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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