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묻지마 신사업’ 주의보

[윤유석 기자]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기업들이 추진할 계획이 없는 신사업을 남발하면서 소액주주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솔테크닉스는 지난달 12일 ‘주주총회소집결의’에서 ▲정보통신주변기기 및 안테나 ▲무선충전 응용제품 ▲판유리 가공품 ▲플라스틱 적층, 도포 등 4개의 목적사업을 추가했다. 소액주주 사이에선 한솔테크닉스가 야심 차게 시작한 삼성전자의 휴대폰 조립사업과 관련이 있을 거란 기대감에 이목이 쏠렸다. 특히 베트남 생산기지에서 훈풍이 일고 있어서 그 기대감은 남달랐다. 하지만 회사측 관계자는 "특별히 추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의례적으로 추가한 것이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휴대폰 조립 사업의 확대를 기대하고 투자에 나섰던 소액주주로서는 황당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사업이 부진해 때마침 신사업으로 실적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던 여타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멤브레인 업체 시노펙스는 영화, 음반, 공연투자 등을 신사업으로 추가했다. 회사측은 "신사업 때문에 임시총회 여는 것이 번거로워서 이참에 포함한 것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LED업체 와이즈파워는 의약품, 건강식품 제조 등을 추가했다. 그 내용에 대해선 "전달받지 못해서 모른다" 라고 말했다. 회사 담당자도 모르는 신사업을 소액주주에게 보란 듯이 공시한 셈이다.


PC부품업체 피씨디렉트는 더 가관이다. 신사업으로 공시한 '무선조정체 및 항공기 판매업'에 대한 내용을 묻자 회사측 관계자는 “그게 왜 궁금하냐"고 되물으며 "기분 나쁘다"는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측의 '묻지마 신사업' 공시는 소액주주에게 고스란히 그 피해가 돌아간다. 소액주주 A씨는 “지난해 회사측의 신사업을 믿고 투자했다가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며 “도대체 누굴 위한 공시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관에 없는 신사업을 하게 될 경우 임시총회를 열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단 올려놓고 보기식'의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공시의 기본 목적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에서 볼 때 기업들이 자기 편의에 맞춰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그러나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신사업을 올리는것 까지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기업이 신사업 추진 계획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는 등 주의가 요구된다.


아시아경제 팍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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