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면한' 이재용, 갈길은 첩첩산중
본재판서 무죄 입증 관건…추락한 이미지·경영 정상화 과제도 남아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9일 03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앞쪽)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법원이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삼성은 '사령탑 부재'란 최악의 상황 재현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삼성그룹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뇌부를 겨냥한 검찰 칼 끝은 더 날카로워지고, 아직 재판도 남아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관건은 앞으로 진행 예정인 재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로오직스 회계 변경 과정에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입증 여부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확대 과정에 부정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재판을 통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기 전까진 경영활동과 해외 현장경영에 일부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여전히 진행중인 까닭에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유·무죄 여부를 떠나 관련 의혹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집중조명되면서 그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대외 신인도가 추락해, 이를 회복하기 위한 작업에도 삼성이 기민하게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법원, "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


원정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이 부회장 및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9일 오전 2시께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적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중이던 이 부회장 등 3인은 즉시 석방돼 귀가조치됐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법원의 기각 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였다고 본다"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반도체·해외사업 등 현안 추진 '일단 GO'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재구속 위기는 넘겼지만 이를 계기로 보다 촘촘한 재판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조사가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점을 재확인한데다가 삼성을 둘러싼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미중간 무역분쟁도 재점화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정농단 뇌물혐의 파기환송심도 벌써 3년째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 역시 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선 총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단 이 부회장은 구속은 면한 만큼 당면한 경영현안을 하나씩 챙겨 나갈 예정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위시한 준법경영, 노동권 보장, 시민사회 소통 체제 마련 작업은 물론 최근 대규모 투자에 착수한 반도체 사업도 이 부회장이 애정을 갖고 살피는 프로젝트다.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은 낙관하기 어렵지만 소재는 수년, 설비와 부품은 그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 분야에 선제적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평택 반도체 생산공장에 약 1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용 EUV(극자외선) 전용 생산라인 구축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 초엔 추가로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라인 투자도 결정했다. 해당 프로젝트가 완료될 때까지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중 무역 갈등에서의 노선정리도 주요 현안 중 하나다.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로선 어느 한쪽 편을 들기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제1 타깃이 된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이다. 미국의 중국 추가 제재에 따른 당장의 영향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매출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이에 따른 해결책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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