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모범정관 제정해 기업 기배구조 개선"
자사주 3개월 내 소각·주총 통지 기한 확대 등 제시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상장회사 모범정관 제정을 통해 상법 등 법령의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자율적인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범정관 ▲모범 상장(공시) 규정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등의 모범 연성규범(Soft Law)을 발표했다.


이날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장협의회 표준정관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표준정관이 지배주주와 경영진 측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상장기업들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 입장에서 정관을 통해 상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하지 않은 모범 사례를 규범화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기존 정관들은 관련 법령 조항을 인용하는 등 판에 박힌 내용이라 자치규범으로서 존재 의의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존 상장사들도 전체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감안해 모범정관을 활용할 수 있고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모범정관을 참고해 훌륭한 거버넌스의 틀을 갖추길 희망한다"며 "모범정관을 채택해 좋은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이 공개한 모범정관에는 주주총회 소집 기한 확대, 의결권 대리행사 절차의 간소화, 이사회 구성안 등 일반 주주 권리 보호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주주들에게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2주전에 하는 것을 4주전으로, 임시주주총회의 경우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 결의는 8주전으로 해야한다고 제시했다.


김주영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은 거버넌스 문제에 있다"며 "상장사들의 기존 정관은 대부분 상장협이 만든 표준정관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상장협의 성격상 경영진, 대주주 측 이해관계를 주로 반영하고 있어 거버넌스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임시주총에서 주주제안권은 6주 전에 행사할 수 있어 주총소집 통지를 받은 후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며 "2주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주주제안 행사가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럼 측이 제안한 모범 정관은 이사의 임기를 3년에서 1년으로 줄여 이사 전원이 매년 재신임을 받게 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일반 주주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계열사와의 거래 등에 사외이사 과반수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자사주를 취득하면 3개월 내 소각하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분할, 합병, 포괄적 주식 교환, 경영권 양도 등의 결정을 할 때는 회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행동하게끔 하는 규정을 기존 정관에는 없는 '조직변경'(8장) 부분을 추가해 넣었다.


김 변호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히 가장 큰 배신감을 느낄 때는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회사의 중대한 조직변경이 있을 때"라며 "조직변경이 전체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전체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행동하는 조항을 명시하면 법원에서도 소송 등에서 이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인 김규식 변호사는 모범상장(공시) 규정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한국ESG기준원의 'ESG 모범 규정'과 한국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등의 연성규범이 있지만, 주주보호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거래소 규정 개정안으로 ▲주주총회 소집통지 기한 확대 ▲상장회사 이사의 결격사유 확대 ▲감사의 독립성 강화 ▲주총 찬반 결과 비율 공시 ▲이사 보수 내용 구체화 등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일본의 경우에도 지난해 '기업 밸류업'을 시행하며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모범규준에 포함했다"며 "한국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 자체를 상정하지 않고 있는데, 일본은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오늘 발표된 모범정관을 채택한 상장회사들의 리스트를 만들거나 인증마크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면 이들의 밸류에이션이 평균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신규 상장 회사들은 벤처캐피탈(VC)이 주요주주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기업공개(IPO)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 해당 규범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발표된 규정과 가이드라인은 각각 주무부처(기관)인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에 전달해 현장 적용을 위한 검토와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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