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파 M&A]
거래재개 '승부수' 통할까?
④ 사업 다각화로 성공 거둔 아이톡시 전략 답습…유경험 핵심인력 대거 포진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9일 16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2년 전 거래정지된 코스닥 상장 게임사 베스파가 패션 분야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거래재개를 위한 승부수로 '사업 다각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아이톡시 사례로 검증된 거래재개 전략이 또 한 번 성공을 거둘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스파는 최근 의류 제조업체 '아트오브필드(6억원)'와 콘텐츠 제작사 '실버라이닝스튜디오(10억원)'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양수대금은 총 16억원으로 베스파의 총자산(약 14억7300만원·2022년 12월말 기준)을 상회하는 규모다.


베스파는 모자란 인수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안을 택했다. 인수 대상 기업인 아트오브필드·실버라이닝스튜디오 주주들을 대상으로 10억원어치 CB를 발행했다. 표면·만기금리 3%, 전환가액 500원, 보통주 전환 청구는 12월말부터 가능한 조건이다.


이번에 인수한 아트오브필드는 아웃도어 등 기능성 의류를 일상복 디자인으로 제조하는 업체다. 베스파 관계사인 루츠코퍼레이션과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루츠코퍼레이션은 여성 의류 브랜드 '스컬프터'로 인지도를 쌓고 있는 패션기업이다.


아트오브월드 제품. (출처=무신사)

실버라이닝스튜디오는 영화 '코리아', '서울대작전' 등을 연출한 문현성 감독이 이끄는 콘텐츠 제작사다. 올해 쿠팡플레이 방영 예정인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제작 수주를 따냈다. 베스파가 당장 주력 사업인 게임 분야에서 매출을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상장 유지를 위한 최소 매출 기준을 충족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도약을 위한 게임 투자도 병행한다. 베스파는 이번 인수합병에 앞서 4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거래정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10여명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보다. 루츠홀딩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베스파를 인수한 오라인베스트먼트도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회사 창업자인 김진수 전 대표와 그의 자녀 김동규씨도 도합 3억원을 책임졌다.


베스파는 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게임 계약, 마케팅, 운용비용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패션·콘텐츠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기초체력을 다지면서 게임 업종에서 재기를 노리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 같은 방식은 앞서 코스닥 상장 게임사 아이톡시가 시도해 성공을 거둔 적 있다. 아이톡시는 리듬 게임 '오디션'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프리스톤테일' 등을 개발한 회사다. 2019년 4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뒤 지난해 6월 4년 만에 거래재개를 이끌어냈다.


아이톡시는 당시 쪼그라든 게임 부문 매출을 대신해 화장품, 매트리스, 숙취해소제, 진단키트 등 상품 유통 부문에서 매출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실제 2021년 기준 아이톡시 전체 매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불과, '게임사'로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이톡시는 2022년부터 '드래곤라자오리진', '판타지 마스터M', '블레이드워' 등 신작 게임을 잇달아 출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작년 9월말 기준 게임 부문 매출 비중을 83%까지 끌어올렸다. 베스파가 구상 중인 전략을 실제로 구현해본 셈이다.


눈길을 끄는 건 과거 아이톡시 거래재개를 경험해 인물들이 이번에도 다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중추 역할을 맡은 오라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김제봉 루츠홀딩스 대표(前 아이톡시 경영지원본부장), 정상훈 플러그박스 대표, 변종섭 유니파트너스 대표 등 관계자들의 이름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밖에 베스파가 40억원 규모로 발행한 CB의 4분의 1을 인수한 김광영씨도 주요 인물이다. 특별관계자인 김지연·이동훈씨와 함께 베스파 CB 10억원어치를 취득했다. 김씨는 과거 아이톡시 거래정지 상태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투자해 짭짤한 회수 성과를 거둔 적 있다.


김씨는 또 거래정지 중인 속옷 제조기업 '좋은사람들'에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며 거래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황이다. 김씨가 업종 구분 없이 회생절차 신청 후 거래정지된 기업에 액면가 투자를 단행하고, 거래재개 시 매매차익을 얻는 방식의 투자를 다수 진행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사유 해소가 시급한 베스파로서는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임 분야보다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려 했을 것"이라며 "과거 아이톡시와 마찬가지로 선(先) 사업 다각화, 후(後) 게임 개발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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