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신탁사', 매물 쏟아진다
실적 호조로 몸값 최고치…무궁화·국제·아시아신탁 매각 여부 관심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부동산 신탁업계가 대대적인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과 생보부동산신탁, 아시아신탁의 지분 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제신탁과 무궁화신탁의 매물 출현 가능성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11개 신탁사 중 절반 가까운 5곳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신탁업계는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신탁사들은 2014~2017년 부동산 호황을 등에 업고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경신했다. 반면 금융위원회가 연내 신규 신탁사 설립 인가를 추진하고 부동산 시장의 하향세가 뚜렷해지는 등 향후 전망은 밝지 못하다. 이런 와중에 대형 금융그룹과 건설사들은 신탁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 5889억원, 반기 기준 최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1개 부동산 신탁사의 매출액은 588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58억원(21.9%) 증가했다. 이는 2015년(5591억원) 한 해 동안 거둔 매출액보다도 큰 규모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285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28억원(17.6%) 늘어났다. 역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11개 신탁사 모두 흑자를 시현했으며 회사별 평균 순이익은 259억원이다.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사 실적은 2015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섰다”며 “최근 부동산 경기가 하향세에 접어들었지만 기존 수주잔고가 여전히 풍부하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실적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실적 증가세가 눈부시지만 부동산 신탁사들의 속내는 편치 못하다. 신탁사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지방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온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등 대형사들의 고민이 깊다. 이들 회사의 사업장은 대부분 미분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지방에 집중돼 있다. 최근 부동산 신탁사의 재무건전성이 여전히 양호하지만 부채비율이 점차 올라가는 등 위험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형 신탁사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금융위원회가 신규 신탁사 인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늦어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새로운 신탁사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관리형 토지신탁을 놓고 5개 이상 중소형 신탁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사모펀드도 신탁업 인수 경쟁에 가세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향후 신탁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신탁사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몸값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 매각 적기라고 판단, 경영권을 매물로 내놓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를 보유한 삼성생명이 공동경영을 조건으로 올해 초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진원이앤씨를 선정한 상태다. 코람코자산신탁도 경영권을 넘길 유력 후보로 의류기업 LF를 낙점했다. 아시아신탁은 신용도 보강을 위해 경영권이 없는 소수의 지분을 넘기겠다는 방침이지만 매각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인수 후보들은 경영권도 함께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탁업계에서는 무궁화신탁과 국제신탁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는 모두 개인으로 대형 금융그룹과 건설사에 비해 자금동원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년째 업계 순위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신탁사 인수를 노리는 곳은 다양하다. 대형 은행과 증권사가 1순위로 꼽힌다. 부동산 개발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와 시행사들의 관심도 높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사모펀드 등도 신탁사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신탁사들의 몸값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신탁업계의 재편 양상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신탁업 진출을 노리는 후보들이 기존 신탁사를 인수하거나 신규 신탁사 설립 인가를 받는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일단 신규 신탁사 설립에 주력하다가 여기서 탈락한 후보들이 기존 신탁사 인수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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