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더니]
증권맨이 만든 '스크린', 극장 넘어 안방 넘본다
김요섭 블룸즈베리랩 대표 "영화관 감동 살리는 풍부한 음향 강점"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15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20여년 전. 몽골 여행 중 현지 영화관을 찾은 증권맨이 있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의도는 아니었다. 단지 주재원으로 머무는 친구가 일하는 낮 시간동안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몽골에서 영화 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 극장을 오가며 영화를 보던 증권맨의 뇌리를 스쳐간 게 있었다. 이곳에 그럴싸한 상업영화관을 지으면 무조건 잘될 것이란 직감이다. 몽골 최초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는 그렇게 탄생했다. 삼성증권 출신 김요섭 블룸즈베리랩 대표(사진)가 영화·콘텐츠 배급과 스크린 제조사업에 발을 들인 것도 이때부터다.



블룸즈베리랩은 국내 스크린 전문 제조업체다. 지난 1월 블룸즈베리리소시스리미티드가 인적분할하며 신설됐다. 분할 전 회사는 몽골, 미얀마 극장에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배급하거나 위성방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업을 벌여왔다.


블룸즈베리리소시스리미티드는 국내외 극장용 스크린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왔다. 국내 영화관에 7000개, 해외 영화관에 6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공급했을 정도다. 국내 극장용 스크린 시장에선 60~70%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인적분할 후 스크린 제조사업 부문은 블룸즈베리랩이 도맡고 있다. 현재까지 주요 매출은 극장용 스크린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홈시어터(집에 구축한 영화관)'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상영관 개수가 한정된 극장용 스크린보다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까지 보폭을 넓힌 셈이다.


김 대표는 "전 세계 극장 상영관(스크린)이 약 18만개, 국내에서 매년 팔리는 빔프로젝터가 약 12만개"라며 "제품 개별단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체 시장 규모와 확장성을 생각하면 빔프로젝터와 함께 쓰는 가정용 스크린 시장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블룸즈베리랩이 개발한 가정용 스크린은 자체 발광하는 텔레비전(TV)보다 영화 필름에 가까운 화면 질감과 풍부한 음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스크린에 미세하게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 영상 손실 없이도 입체감 있는 음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왼쪽 화면에서 들리는 소리는 왼쪽에서, 오른쪽 화면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른쪽에서 곧바로 전달한다. 화면 아래에 내장형 스피커가 달려있는 텔레비전과는 차원이 다른 생동감을 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블룸즈베리랩이 개발한 스크린. 화면을 울려 풍부한 음향을 전달하는 게 특징이다. (출처=블룸즈베리랩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접한 블룸즈베리랩의 홈시어터 스크린은 극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을 줬다. 텔레비전으로는 음성이 잘 전달되지 않아 자막을 켜고 봤던 국산 콘텐츠를 또렷한 소리로 시청할 수 있었다. 스포츠 경기를 볼 때의 현장감과 몰입도 또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김 대표는 "블룸즈베리랩이 개발한 스크린은 1~2밀리미터(mm) 두께의 얇은 패널을 울리는 방식으로 소리를 전달한다"며 "텔레비전이 울림판 방식을 활용하더라도 자사 스크린만큼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없는 건 유리 패널, 백라이트, 보드 등 다양한 부속품을 거쳐 음향이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람의 뇌 구조는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도록 돼있기 때문에 스피커가 화면 아래 달려있는 텔레비전은 태생적으로 몰입감이 줄어들고 주변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블룸즈베리랩은 스크린에 미세한 구멍을 내 영상 손실 없이 풍부한 음향을 제공할 수 있는 특허를 다수 출원할 정도로 기술력을 쌓아왔다"고 강조했다.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를 활용한 영상 출력 방식은 다른 장점도 있다. 우선 난반사가 없다. 유리 대신 광학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들어오는 빛의 영향을 덜 받는다. 햇빛이 강하거나 조명이 밝은 환경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시력 보호에도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극장용 스크린 밝기는 50니트, 텔레비전의 밝기는 300니트 정도로 6배가량 차이 난다. 1루멘이 촛불 1개 정도의 밝기임을 고려하면, 수치가 높을수록 눈의 피로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투자자인 인라이트벤처스와 신규 투자자인 인탑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25억원을 조달했고, 국내 대형 벤처캐피탈 한 곳도 10억원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제품 영업·마케팅, 연구개발(R&D)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더불어 일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유명한 '츠타야가덴'과 대형 홈시어터 프랜차이즈 '아바크(AVAC)' 입점·판매 계약을 논의 중이다.


김 대표는 "일본은 현지 전자제품 매장에서 빔프로젝트와 스크린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관련 시장이 활성화돼있다"며 "내년부터는 일본 시장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홈시어터 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경우 블룸즈베리랩의 매출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내년 중 월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2025년엔 국내 매출 150억원을 돌파하겠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팬데믹 이후 반등 중인 극장용 스크린 시장 수요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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