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주담대' 자금조달 플랜B 부상
연 6.3%에 1500억 조달, 3개월만에 0.9%p 하락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신용도가 낮아져 조달 여건이 좋지 않은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지렛대 삼아 운영 자금을 마련했다. 비슷한 시기에 발행한 회사채 보다 더 많은 자금을 주식담보로 융통한데다, 금리 조건도 나쁘지 않다. 향후 자금 조달 수단으로 주식담보대출을 자주 활용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두산에 따르면 지난 달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하나은행에서 1500억원을 대출받았다.


맡긴 주식 수는 1943만8000주로, 담보 계약을 체결한 시점의 종가 기준으로 3065억원 규모다. 향후 담보 가치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넉넉한 물량의 주식을 하나은행에 제공했다. 


이번에 하나은행이 책정한 두산의 주식담보대출 금리는 연 6.3%다. 


지난 2월 두산이 제공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담보로 두산로보틱스가 하나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당시 이자율은 연 7.2%였다. 


3개월 전 두산로보틱스가 빌릴 때 보다 1%포인트 낮은 이율로 자금을 융통한 것이다.  


동일한 자산을 담보로 맡겼지만 두산이 좀 더 유리한 조건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금리 산정 기준에 있다.


대출 이자율은 91일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를 기준으로 하고,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가 덧붙는다.


91일 CD금리는 지난해 말 연 4%까지 치솟은 이후 올들어 연 3.5~3.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두산로보틱스가 대출을 받을 때 3.68%의 금리가 가산된 반면, 이번 두산의 경우 이보다 낮은 2.63%의 가산금리가 더해졌다. 한국은행이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영향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두산 입장에서 주식담보대출은 회사채를 대체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수단이다. 


실제 지난 5월 두산은 연 6.12% 금리 조건에 2년 만기 사모채를 발행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주담대와 유사한 연 6%대 이자율이지만, 조달금액은 크게 차이가 났다. 특히 이번에 두산이 맺은 주담대 계약이 오는 2025년 6월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책으로 손색없단 평가다.


두산은 내달 6일 만기도래 하는 740억원 규모의 사채만 상환하면 당분간 자금 유출 요인은 크게 없다. 그러나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조만간 추가 자금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 


두산 측은 "작년부터 진행해온 선제적 자금 조달을 지속할 계획이며, 사채, 주담대 등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선 주담대를 계속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장 금리 여건만 갖춰진다면 사채 발행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두산과 같은 'BBB' 등급의 2년 만기 공모사채 민평금리는 연 8.6%다. 작년 1월 두산이 공모채를 발행할 당시 2년 만기 회사채 등급민평 연 6.2%보다 2%포인트 가량 높지만, 올해 초 연 9%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진정된 상태다.

 

IB 업계 관계자는 "주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은 대주주 또는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절차가 복잡하고, 담보로 맡기는 순간 주식 매도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제약이 따른다"라며 "최근 시장 금리가 낮아지고 있어 공모채 보다 스프레드를 더 얹어 사모채를 발행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공=두산에너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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