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샌드
블록체인, 규제샌드박스 ‘바늘구멍’ 뚫을까?
[블록샌드②]비관적 전망 우세…‘샌드박스’보다 ‘규제’에 방점

[편집자주] 지난 17일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블록체인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빙하기에 접어든 업계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블록체인 업체 중 유일하게 신청한 '모인'이 규제 샌드박스에 적용된다면, 많은 스타트업들이 핀테크 혁명을 꿈꿀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가 블록체인 진영의 희망이 될지, 신기루에 불과할지 진단해봤다.



“올해는 핀테크 내실화의 골든타임이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집중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올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핀테크 현장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핀테크 사업에 활로가 펼쳐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 모인에게 자문 의뢰를 받았던 국내 대형 로펌은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냈다. 담당 변호사는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금융 스타트업 ‘목줄’ 쥔 금융위


[딜사이트 조아라 기자] 규제 샌드박스 심사 첫 단계는 관계부처 검토다. 해외송금업의 경우 라이선스를 발급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의견을 낸다. 이를 의견을 바탕으로 심의가 열린다. 특히 소관부처인 금융위 비중이 가장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송금 사고 발생 가능성을 집중 검토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안 문제를 중심으로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 심사가 ‘육성’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큰 구조다.



이처럼 핀테크 스타트업이 제도권에 안착하는데 금융당국이 여전히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가 규제 샌드박스 승인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다.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는 “금융위가 블록체인 관련 금융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실제 금융당국 관계자도 “규제샌드박스 허용은 다소 급진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기댈 곳 없는 ‘블록체인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로 허용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정부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크로스체인 정상호 대표는 “스텔라 네트워크 기반이라는 점 때문에 승인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규제 샌드박스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자칫하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승인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안 된다는 염려가 깔려있다는 추측이다. 조 변호사는 “정부 입장에서 암호화폐 송금을 인정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이라는 핸디캡에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규제완화 혜택의 문턱을 높인다. 최근 금융당국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 활동을 보면 정부의 ‘블록체인 핀테크’ 기피 기조가 뚜렷이 드러난다. 금융 규제 완화는 기존 금융기관 육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 샌드박스를 두고 “기존에 자리 잡은 금융권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더 크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시중은행들은 해외송금 마진을 줄여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돌파구를 찾자는 취지”라며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주요 이슈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블록체인 해외송금 스타트업에 플랫폼을 제공하는 레밋의 안찬수 대표는 “해외송금 라이선스 규제안이 마련될 당시에도 기존 금융권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성장하려면 송금 영역이 넓어져야 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소규모 무역, 중소법인까지 포함돼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데 지금 한도로 진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심의위원회 설득이 ‘관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규제 완화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관계부처가 부정의견을 내더라도 심의위원을 설득하는 전략이 유일한 돌파구다. 특히 안정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과기부 규제샌드박스 담당자는 “관계부처의 의견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며 “심의위가 관계부처와 다른 결정을 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시장의 자정능력 증명과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상용화를 근거로 들며 점진적 허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계자는 “가장 좋은 틈새는 시장이 스스로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신기술 성장을 막고 있는 규제를 타겟팅 한 후 정부를 설득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규제를 동등하게 풀어주고, 이들이 기술로 경쟁을 하도록 판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편파적 보호주의는 국가 경쟁력을 낮추고 고객 불편을 가중시킬 것이란 뼈있는 지적이다.


넥스트머니의 저자인 이용재 작가는 “해외송금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고, 낙후된 기술은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 기술을 장려하고, 이미 자리 잡은 기술 역시 기민하게 변화를 수용하며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양방향 정책이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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