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심사 지연' 대우조선, 버틸 수 있나
일감 확보로 선수금 두둑…전문가 "유동성 문제 없을 것"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대우조선해양)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가 미뤄져도 하반기까지 대우조선해양이 버틸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수주 호황으로 선수금이 꽤 들어온 데다, 이미 낮은 금리에 차입금을 조달하고 있어 추가 차입시 비용 부담도 덜하다는 평이다. 


31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작년 말 연결 기준 결손금은 2조70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 이미 1조원의 결손금이 있는 가운데 작년 약 1조7000억원의 순손실이 더해지면서 결손금이 늘었다. 다행히 수출입은행이 지원해준 영구채 2조3328억원이 자본으로 인정돼 대규모 결손금에도 완전자본잠식을 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으로부터 2조원의 자금을 받아 그간의 손실을 메울 계획이었다. 한화그룹은 신주 등을 인수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취득할 예정이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 인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그런데 최근 예상 보다 자금이 늦게 투입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기 위해선 국내외 경쟁당국의 허락이 필요하다. 과거 현대중공업은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불발됐다. 현재까지 일본, 중국, 싱가포르, 터키(튀르키예), 베트남 등에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허가하는 의사를 확인했다. 


앞으로 EU, 한국의 공정위만 승인만 남았는데, 이중 공정위 심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정위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 이해관계자와 관계기관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새 주인을 맞을 것이란 판단 하에 의사결정을 미뤄뒀던 기업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난관이 달가울 리 없다. 업계 관계자는 "M&A가 늦어질 수록 의사결정에 불확실성이 생겨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제공=대우조선해양)

다만 상반기 중 2조원의 자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숨 쉴 구멍은 열어두고 있다. 일단 2~3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해 꽤 많은 선수금을 받아둔 상태다.


일종의 선수금인 초과청구공사 규모는 작년 말 기준 4조5991억원에 달했다. 선수금이 4조원대 규모를 기록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로 선수금이 쪼그라들다 작년부터 회복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1년까지 받아둔 선수금 가운데 약 1조원을 올해 수익으로 인식했다. 


작년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잔고는 27조8409억원으로, 오히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0조1267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 가운데 선수금이 이전 보다 늘었다는 것은 일감을 따오는 만큼, 대금 회수도 빠르단 얘기다.


고점을 찍고도 계속 오르는 선가도 긍정적이다. 클락슨 리서치 집계를 보면 올해 2월 수주한 LNG운반선은 척당 2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2월 2억1800만 달러 보다 올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리 수주를 해놓는 게 경영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차입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총 차입금은 2조6872억원으로 현금성자산 1조1520억원을 감안해도 순차입금이 1조5353억원에 달한다. 순차입금의존도는 67.33%로 위험 수준이다.


그런데도 추가 차입이 가능하다 보는 것은 현 금융부채 상당 부분이 산업은행 등에서 받고 있는 금융지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은행에서 받은 원화대출금(잔액 4327억원)은 몇년째 이자가 연 3%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조달 금리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은행에서 조달한 장기차입금도 액면 이자율이 연 1%에 불과했다. 


약 74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는 지난 2020년부터 분할 상환하고 있는데, 작년 말까지 6171억원을 상환해 약속한 연내까지 모두 상환 가능할 전망이다. 


원재료 매입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유산스(USANCE)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유산스를 통한 차입은 2021년 3036억원에서 이듬해 4384억원으로 증가했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인수 성사 가능성이 높고, 지연이 된다고 해서 당장 유동성에 문제를 유발하진 않을 것"이라며 "공정 진행 과정에서 자금을 더 투입할 수 있으나 유입된 선수금이 상당하고 지원받은 2조9000억원의 크레딧라인(신용공여)도 필요에 따라 사용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