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재고 풍향계]
SK하이닉스, 1Q 재고자산 17조원대
② "적자폭 늘 것"...2분기부터 실적 개선 기대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3일 08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천포럼 2021에서 마무리 발언하는 최태원 회장.(사진=SK 제공)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재고 자산이 15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재고 부담에 재고평가손실만 7000억원이 늘어난 결과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재고자산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간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1분기 재고평가손실, 솔리다임 영업권 상각 및 키옥시아 투자 손실 반영으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면서 2분기부터는 실적이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말 15조6330억원의 재고자산을 기록했다. 2021년 말 8조9166억원 대비 75.3%나 늘어난 수치다. 전 분기 14조6650억원과 비교해서도 6.6%나 늘어났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17조원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고자산평가손실 7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IT 디바이스 수요 부진과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로 인해 메모리 업황이 크게 둔화된 것이 재고자산 급증의 원인이다. 이처럼 누적된 재고는 사상 최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실적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반도체 업계 전반의 재고는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올해 1분기에는 재고 더 늘어나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매출액 대비 재고자산 비중이 1분기 31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분기 매출 전망치 5조4000억원로 계산하면 16조9500억원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 업계에서는 수요 약세가 지속되면서 재고가 쌓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D램, 낸드의 빗그로스는 각각 전분기 대비 -11%, -8%로 예측된다.


결국 이로 인한 재고자산평가손실도 우려된다. 지난해 4분기 재고자산 평가손실 6000억~7000억원을 기록하면서 3분기 약 2000억원 대비 3배나 늘어난 바 있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이란 기업이 보유한 재고자산의 가격이 하락했을 때 하락한 가격만큼 손실로 회계처리하는 것이다. 1~2분기 D램이나 낸드 가격 하락이 20% 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락분 만큼 재고자산 평가손실도 커지는 만큼 1분기 적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낸드 부문에서는 재고 증가와 판가 급락에 따라 6000억원 이상 재고자산 평가손이 반영돼 영업적자율이 76%에 달했다"면서 "D램 부문에서도 4%의 흑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에 대해 우려가 크다. 4분기 극도로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분기 매출액 5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손실 3조4000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 2조6000억원 영업손실을 하회하는 수치다.


이밖에 하이투자증권은 2조7000억원, IBK투자증권은 2조2400억원, 다올투자증권 2조9000억원 적자를 전망했다. 매출 역시 D램의 경우 전 분기 대비 29.4% 감소한 32조6000억원, 낸드는 전 분기 대비 17.5% 감소한 19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재고평가손실과 더불어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확대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연간 적자로 현금흐름 우려


다만 2분기부터는 서버 향 DDR5 수요증가와 모바일 수요증가 영향으로 출하 증가가 예상되면서 실적도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격적인 업황 회복을 위해서는 '삼성 피봇(Samsung Pivot)' 공식화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삼성전자가 감산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 반도체 재고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고정거래가 협상이 진행되는 4월 내외로 삼성전자 재고 관련 이슈가 명확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버향 DDR5는 업계 재고 수준이 낮아 오히려 생산 확대가 필요하며, 모바일의 경우 가격 탄력성에 기인한 고용량화 수요가 하반기 본격화 될 수 있다"면서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재고레벨도 1분기를 정점으로 2분기부터 수요가 회복되면서 점진적 하락이 전망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4분기 낸드 비용 관련 리스크를 대부분 해소한 것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키옥시아 투자자산 포함 금융상품 평가손실 6200억원, NAND 무형자산 손상 1조5500억원 등 영업외손실 2조5200억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낸드 무형자산 손상은 솔리다임 영업권 9000억원, 본사 낸드 개발비 3000억원, 상표권 및 지적재산권 등 4000억원 등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고평가손실, 솔리다임 영업권 상각 및 키옥시아 투자 손실 반영으로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을 해소했다"면서 "연간 적자폭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2분기 초부터 수요 회복 시그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 적자 전환으로 인한 현금 흐름에 대한 우려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케쉬 아웃 규모는 약 7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자금 조달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채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10억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발행에 성공했다. SLB는 ESG 경영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 등이 조정되는 채권이다. 지난  7일 국내 시장에서 7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 예측에 성공했다.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만기가 긴 10년물까지도 발행 예정 금액을 넉넉히 채웠다. 증액 한도는 최대 1조4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솔리다임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상존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솔리다임의 경우 올해 중국 대련에 제2공장 신축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여전히 실적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업황은 상반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 내에 고정가격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이 너무 급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내 흑자 전환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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