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빅 피쳐', 한화운용ETF 득일까 실일까
'형' 동관 지원사격 나선 '동생' 동원, 수탁고 증대 연결은 미지수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5일 15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ETF(상장지수펀드)가 여타 운용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미래 산업과 연관된 신상품 선보이고 있다. 지난 1월,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을 시작으로 ARIRANG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2월), ARIRANG iSelect우주항공&UAM(3월)까지 신개념 섹터를 씌운 ETF를 달마다 증시에 내놓고 있다.


한화운용의 ETF 차별화 전략에 관해 시장에서는 두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5년 만에 김용현 대표 체제가 막을 내리고 한두희 대표 체제가 열린 만큼 ETF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시각은 한화그룹과 연계된 시선이다. 한두희 대표 개인의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오너 3세들의 급부상과 맞물린 변화라는 접근이다. 


업계선 올해 한화운용이 선보인 ETF 투자 섹터가 그룹 비금융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친환경 에너지·우주항공·UAM)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후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신성장 동력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형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지원사격 하고 있는 모양새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의 부사장 승진 시점에 맞춰 수직계열화가 이뤄졌다. 한화운용이 한화투자증권의 단독 경영권을 확보하며 '한화생명→한화운용→한화증권'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완성됐다. 또 김승연 회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김동관 사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에 이어 수소 산업으로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력과 수전해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 밸류체인을 갖춰나가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구상이다.


우주항공과 UAM도 한화그룹을 얘기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그룹 방위산업의 중간 지주사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부품사에서 우주항공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올해부터 UAM에 사용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했다. 비록 김 사장이 에어로스페이스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난해 이 회사의 사내이사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 참여하게 됐다. 이는 평소 우주항공 분야에 애정이 있는 김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그룹의 '항공우주산업 종합상황실'과 다름없는 '스페이스 허브'의 수장을 맡을 만큼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화운용은 단순히 그룹의 미래 먹거리와 연계된 ETF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계열사 투자의 교두보 역할도 하고 있다. AIRANG iSelect 우주항공&UAM의 경우 PDF(자산구성내역)의 상당 비중을 한화그룹 계열사가 차지하고 있다. 15일 기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번째로 많은 10.95%를, 한화시스템과 그룹 지주사인 (주)한화가 각각 9.73%(4위), 7.49%(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화운용이 동관-동원 형제의 의기투합에 일조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 방침에 따라 유니크(UNIQUE)함으로 승부수를 띄우기 전에 ETF 구색을 대형사에 걸 맞는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7년 무렵만 해도 국내 ETF 시장에서 KB자산운용의 뒤를 이어 4위 지위를 누린 한화운용은 최근 7위까지 밀린 상태다. 이는 트렌드를 반영한 신상품 출시에 소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한화운용 ARIRANG의 종목수는 45개 수준으로 최상위권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톱2'인 삼성자산운용(KODEX)과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이 각각 130여개의 ETF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KB운용의 KBSTAR도 86개에 달한다. 구색의 격차는 운용규모(AUM)의 차이로 이어졌다. 삼성운용이 31조원의 운용자산으로 전체 ETF 시장의 42%를 차지하고 있으며, 27조원 규모의 미래에셋운용 점유율은 36% 수준이다. 6조원 규모의 KB운용은 8% 가량을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종목 수가 50개를 밑돌고 있는 한화운용의 ARIRANG은 점유율 2%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수뇌부가 계열사 중 하나인 한화운용이 갖고 있는 고민을 얼마나 헤아려 줄지는 의문"이라며 "자칫 한화운용이 그룹의 미래 구상에 발걸음을 맞추는 데 급급하다 자칫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 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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