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보고서③] 김봉수 교수 “아는 종목에 투자하라”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김봉수 카이스트 교수 “장기적인 안목으로 저가에 보유하라”



“저가에 매수해 장기 보유하라”


투자 경험이 없는 이들도 한번쯤은 듣는 말이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꾸준히 운동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 물론 함정이다.


4억원을 투자해 10년 만에 500억원을 만든 김봉수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의 투자비법도 비슷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실제 한번 보유한 종목은 미련할 만큼 오래 보유한다는 점이다.
현재 그가 5%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종목인 코리아에스이, 아이즈비전, 세진티에스, 동양에스텍, 부산방직, 고려신용정보 등이다. 물론 단 한번도 보유 지분을 줄인 적은 없다.


공부하고 또 공부하라


‘김봉수’라는 이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주식투자자’ 이전에 본인의 전공분야인 ‘화학 교수’가 먼저다. 그는 지난 2010년 1월 세계 최초로 초탄성·무결점 단결정 금속 나노선 개발에 성공한 국내 화학분야 최고 전문가다.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화학분야 전문가로서 언론에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그를 대변(?)하는 연관검색어는 ‘슈퍼개미’다. 정작 본인은 “단기투자자로 비춰져 슈퍼개미로 불리는 것이 싫다”고 하지만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슈퍼개미 3인으로 늘 언급된다. 투자기간은 10년 정도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무렵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교수라는 직책에 걸맞게 그는 투자자들에게 “늘 공부하라”고 강조한다. 그 역시 주식투자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기 전, 수백권의 주식투자 관련 서적을 읽으며 공부했다. 얻은 지식을 정리하자 처음엔 3000페이지 정도로 요약됐다고 한다. 이후 50페이지로 줄이고 다시 3페이지로 압축하니 “싸게 사서 기다린다”라는 문장으로 함축됐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가치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여러 투자비법들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 존템플턴, 존네프, 필립피셔, 워런버핏 등 유명 투자자들이 ‘가치투자자’라는 테두리 안에 묶여지지만 저마다 가치를 두는 항목은 제각각이다. 김 교수 역시 자신만의 투자법을 완성했으며 다른 이들에게도 “나를 따라하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법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PER 보다 기업이 중요


김 교수는 시장에서 ‘저PER주의 귀재’라 불린다. 투자지표로 표현하면 저PER주를 사서 주식이 적정가치(PBR: 주가순자산비율)에 오르면 판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PER와 같은 숫자보다는 ‘기업’ 전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종목선정의 아이디어를 얻는 곳은 ‘일상’이다. 아내를 따라 옷을 사러 갔다가 관련 의류업체의 주식을 사고, 자동차를 구입하다 ‘자동사 시트 제조업체’의 주식을 샀다. 2011년 아이에스동서를 6000~8000원대에서 사서 8만원 수준에 매도하면서 주식투자 고수로 주목받았다. 당시 그는 ‘주상복합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아이에스동서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이디어가 실제 매수로 이어지기까지는 까다로운 몇 차례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의 지속성을 따져보고, 그 안에서 우월한 위치를 선점한 기업인지 확인해야 한다. 과거의 실적은 물론 향후에도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시장 내 1위 또는 독과점 여부, 수익가치(자산가치), 장기성장성 등을 따져보는 것은 워런버핏과 닮은 부분이다.


산업의 지속성을 높이 평가해 보유한 주식이 바로 ‘고려신용정보’와 ‘동양에스텍’이다.
그는 “우량한 자산을 가진 기업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바탕을 갖춘 기업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 “영업이 안정적으로 매년 흑자를 내고, 보유 현금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중소형주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업들은 침체와 활황을 오가는 산업 주기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을 거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부채비율이 낮거나 유형자산이 많은 기업은 경기 불황기에 오히려 우량한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장기성장 동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는 종목만 산다



그는 확실한 종목이 아니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확실한’이라는 단어에는 2가지 의미가 있다. ‘확실하게’ 아는 종목이 아니면, 그리고 ‘확실하게’ 수익률이 오른다는 믿음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중소형주를 주목하는 이유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종목 분석이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기상으로도 판단할 때 중소형주의 행진 역시 당분간은 계속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스스로 납득이 될 때까지 공부한다는 그는 기업분석을 위해 직접 기업탐방도 나선다. 부산방직을 매수 할 때 직접 대표를 만나 산업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장기투자는 당연한 덕목이다. 그는 투자를 할 때 ‘5배에서 10배 정도 수익을 내겠다’는 각오로 시작한다. 더불어 “최소 3년 정도는 기다려야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마틴 휘트먼 역시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자산이 효율적으로 작동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약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봤다.
그는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 것”이라며 “논문을 쓰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고 말했다.
종목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면 다음은 매수의 시점이다.


저가매수 기회를 잡아라


최근의 미국 금리 동결 이슈는 김 교수가 저가에 우량주를 대거 사들이는 매수 기회가 됐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죄없이 급락한 미인주를 원없이 사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낙관론자다. 국내 코스피지수가 3년 내에 3000선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주식시장에 돈이 흘러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입을 빌어 “이자율 낮으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다이빙처럼 주식시장에 점프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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