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협회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10년 만에 모피아 회귀…'은행 전문가' 맞이한 은행연합회와 비교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pixabay)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차기 생명보험협회장으로 김철주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이 내정됐다. 김 위원장은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에서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관료출신 인물이다. 김 위원장이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약 10년 만에 다시 생보협회에 모피아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모피아는 재무부의 영문 약칭(MOF, Ministry of Finance)과 이탈리아 범죄조직인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재무부(기획재정부) 출신 금융관료들이 퇴임 후에도 공기업이나 유관기관 요직을 독점하며 마피아처럼 거대한 세력을 구축한 행태를 빗댄 말이다. 지금의 기획재정부의 이름이 재무부였던 시절부터 이어진 구시대적 유물로 볼 수 있다. 


차기 회장 인선으로 분주한 손해보험협회 역시 3명의 관료출신 인물이 유력 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유광열 SGI서울보증 대표이사와 허경욱 전 기재부 차관,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 부회장 등이다. 세 사람 모두 생보협회 회장으로 내정된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행정고시를 패스한 금융관료 출신이다.


생보협회에 이어 손보협회 역시 관료출신 인물이 회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연합회가 6년 만에 민간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맞이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은행연합회가 모피아의 그늘에서 벗어난 반면 양대 보험협회만 놓고 보면 모피아에 점령당했다.


은행연합회는 앞서 1일 취임식을 열고 조용병 회장을 수장으로 맞이했다. 조 회장은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무려 38년동안 신한금융지주에 몸담은 '신한맨'이다. 은행장을 거쳐 지주 회장까지 역임한 은행 전문가다. 약 6년 만에 탄생한 민간출신 회장이다.


은행권에서는 조 회장이 오랜 기간 현업에 종사한 전문가인 만큼 은행업권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는 조 회장을 두고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 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관료출신 인사들이 보험협회장 하마평에 오르내리자 관료출신 회장이 선임되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기대가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보다 은행권을 향한 당국의 압박이 훨씬 거센 상황이다. 


연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고액 성과급을 두고 '돈잔치'라고 지적한 데다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역시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수천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으며 눈치를 보고 있지만 당국을 만족시키진 못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전문성을 갖춘 민간출신 인물을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한 점에 더욱 눈길이 간다. 


고위 관료출신 인물이 협회장으로 오게 된다면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인맥과 경험을 살릴 수 있다. 금융당국과 대등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터다. 하지만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인물이 회원사들의 입장을 얼마나 잘 대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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